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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M Aug 27. 2021

[11.3] 영화 속 자기혐오와 아브젝시옹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결론



  1. 영화 줄거리



  마츠코는 어려서부터 아픈 동생으로 인해 부모님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자랐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에 들고자 자신의 의지보다는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살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라고 불리던 그는 제자의 절도사건으로 해고당하기도 하고, 가출 후에 동거하던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살을 하거나, 몸을 팔며 살 때 기둥서방에게도 배신을 당하고 결국 그를 살해한 혐의로 8년형을 사는 등 굴곡진 인생을 살다가 결국 혐오스런 모습으로 집 앞 공원에서 살해당한다.



  

2. 마츠코의 자기혐오와 아브젝시옹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는 마츠코의 삶 자체가 마츠코에게 아브젝트로 작용하였다. 마츠코는 어려서부터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른 이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하였으나, 결국 실패했으며, 다른 이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랑에 매달리다 결국 자신의 꿈은 잃어버린 자신의 삶 자체로 인해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사랑받지 못한 자신과 타의에 의한 삶이 마츠코에게 아브젝트로 작용하였고, 영화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마츠코의 아브젝시옹을 묘사하고 있다. 


< S5.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노래하는 마츠코 >

  마츠코는 가출 후에 작가 지망생인 동거인이 돈을 요구하자 그의 폭력에 이기지 못해 남동생에게 돈을 빌리고자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간 놀이공원에 간다. 남동생은 돈을 빌려주기는 했으나 마츠코로 인해 가족이 망가졌으므로 앞으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난다. 혼자 남은 마츠코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자신을 대입하여 ‘어떻게 하면 내가 사랑 받는 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이는 마츠코가 자신은 늘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아두며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놀이공원은 마츠코와 아버지가 처음으로 단 둘이 시간을 보낸 곳이자 아버지가 처음으로 마츠코에게 웃음을 보여줬던 장소이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다른 이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장소에서 혐오스런 마츠코가 사랑받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마츠코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인생을 밀어내려는 아브젝시옹의 일종이다.


< S6. 자신의 인생에 혐오감을 느끼는 마츠코 >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징역을 살고나온 마츠코는 미용실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한 메구미와 만나 삶의 희망을 되찾는 듯하였으나, 이내 자신은 남들처럼 사랑받으며 살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인생에 혐오감을 느낀 마츠코는 당장의 외로움과 애정 결핍을 달래는 데만 혈안이 된다. 이후 절도 사건으로 자신을 해고당하게 한 제자 쇼와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야쿠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와 사랑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더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이때 ‘어느 쪽도 지옥이라면...’을 끝으로 이어지지 않는 마츠코의 대사는 마츠코가 인생을 반포기한 상태로 자신을 절벽 끝으로 내몰기로 결심한 아브젝시옹의 순간을 보여준다. 



<S7. 자기혐오를 견디지 못해 정신을 놓아버린 마츠코>


  꿈도 희망도 없이 다른 이의 애정에만 목매며 살아온 마츠코는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이들로부터 버림받은 후에 스스로를 작은 아파트 방에만 가두며 살게 된다. 그는 건강한 방식으로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대신, 바깥세상과의 교류를 단절하고, 먹고 마시기만 하는 삶을 살던 끝에 결국 정신을 놓아버리게 된다. 까마귀를 보며 자기 비관적인 환청을 듣기도 하고, 쓰레기 더미에 자신을 묻어버린 그녀는 쓰레기 더미가 까마귀로 변해 창문을 뚫고 나가는 환영을 보게 된다. 이때 까마귀가 마츠코의 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출은 마츠코의 자기혐오의 감정이 절정에 치달아 결국은 폭발했음을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츠코가 묻혀 살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상징과도 같았던 쓰레기마저 까마귀로 변해 마츠코의 안식처에서 날아가 버린 것은 곧 마츠코가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아브젝트로 여겨 배척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마츠코의 자기혐오 극복 방법


  마츠코는 살아생전에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자아에 대한 아브젝시옹에 실패하였다. 물론 메구미의 조언에 정신을 차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나 그런 결심을 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이처럼 마츠코는 자기혐오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반면교사로서 자기혐오 극복에 대해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첫 째, 자기혐오의 감정을 타인을 통해 이겨내려고 하지 말라. 둘 째, 자기혐오로 인한 자신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라. 셋 째, 용기를 잃지 않는 건 어려우나 포기하지는 말라. 마츠코는 자기 자신도 스스로에게 끝까지 사랑을 주지 않았을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혐오했다. 아마 그는 혐오스러웠던 자신의 일생이 누군가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Ⅳ. 마치며


  본 글에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기준으로 영화 속 인물의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아브젝시옹에 대해 분석하였다. 분석한 결과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로렌스는 ‘남성 로렌스’라는 아브젝트에 대한 아브젝시옹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냄으로써 결국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데 성공하였으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는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자아와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의 인생을 아브젝트로 여겨 이에 대한 아브젝시옹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주체가 아브젝트에 대한 아브젝시옹을 통해 자아를 온전히 하는 과정이 영화 속 인물의 삶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아브젝시옹이 영화의 서사를 이해하고 인물의 자기혐오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하나의 유용한 분석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자기혐오 양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영화 속 인물의 자기혐오와 이를 극복한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현실 속 자기혐오 문제에 대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기혐오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행동양식이나 정서적 변화가 아닌 특정 상황에 놓인 영화 속 등장인물의 행동과 정서에 대해 분석한 것이므로 본 글을 현실 속 자기혐오와 이에서 비롯된 아브젝시옹의 일반적인 형태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일상 속에서의 자기혐오와 아브젝시옹에 관한 연구도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으며, 본 글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아브젝시옹, 특히나 자기혐오와 관련된 아브젝시옹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를 건다. 



- 71기 박새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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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아부젝시옹(abjection) 개념을 통해 본 2000년대 이후 공포영화에 관한 연구 - 여성재현을 중심으로”, 『영화연구』, 제65호, 2015, pp.81~108.

배영, “「[빅데이터로 세상읽기] 한국 사회에서의 혐오」”, 한국일보, 2016.05.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52213975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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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사회복지학사전』, 블루피쉬, 2009.

인아영, “자기혐오라는 뜨거운 징후 - 이주란의 최근 소설을 중심으로”, 『실천문학』, 제128호, 2018, pp.18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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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2019.06.12.).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동문선,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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