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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Aug 07. 2023

11.자매지만 가끔은 외동이고 싶다.

자매, 형제들은 엄마와 단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첫째와 나, 둘째와 남편 이렇게 둘둘씩 헤어진다.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서 보내기 위해서다. 

둘째는 박물관,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한다. 

중등이 된 첫째는 사춘기인지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와 함께 도서관, 서점 혹은 집에서 보낸다.


성격이 느긋한 남편은 둘째에게 온전하게 신경을 쓰면서, 아이가 관람과 전시를 마음껏 할 때까지 뒤에서 기다린다.

그래서 둘째는 아빠와 국립박물관을 한 달 내내 간 적도 있다. 

매주 한층씩 꼼꼼하게 보고 오는것 같다.


나와 첫째는 서점을 가서 하루 종일 원서를 고르고 책을 읽는다. 

나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자매지만 다른 성향이고 커가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가 변한다.

가끔은 각자 외동놀이를 하면서 온전한 사랑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가장 걱정한 부분이 첫째가 혹시라도 퇴행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 오히려 첫째에게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28개월 밖에 안 된 아이에게 동생을 챙길 수 있는 기저귀 배달, 물티슈 배달을 통해서 아이는 동생을 챙기는 착한 언니로 잘 성장해 주었다.


6살 4살이 되었을 때 첫째는 유치원을 가고 둘째는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등원시간이 되면 두 아이 모두 준비해서 큰 아이를 먼저 유치원에 보냈다. 

그리고 나와 둘째는 다시 손을 잡고 집 근처 공원으로 가서 새, 나무 등 여러 가지 자연을 보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가장 잘한 일이라면 두 아이 모두에게 엄마와 단둘만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족함이 없이 잘 자랐다.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들로 자랐다. 

다른 자매들보다 싸우지도 않고 둘이서 안고 사랑하는 마음은 엄마 아빠보다 더 하다.

학습적인 습관을 들일 때는 엄마와 단둘이서 하는 시간이 특별하게 더 중요하다.


첫째의 성향은 말을 빠르고 쉽게 하는 성향이었고, 춤도 노래도 잘하는 흥이 넘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는 주변에서 시선을 받기 충분했다. 

반면 둘째는 앉아서 스티커북을 한 시간 내내 하거나, 블록을 가지고 시간 가는지 모르게 조용하게 앉아서 놀던 아이였다. 

그래서 언어적인 발화가 첫째보다 느린 편이었다. 

둘째 입장에서 언니는 나보다 잘한다는 생각으로 영어로 발하기가 부담이 되는것 같았고 틀리는 것에 불만을 많이 표현했다.

언어라는 것이 틀리면서 배우는 것인데, 둘째는 조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어서 자신이 아는 완벽한 문장만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첫째가 피아노학원을 가는 두 시간 동안 둘째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고 역할극과 인형극을 하면서 아이가 말을 잘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냈고, 그 이후 아이는 몰라볼 정도로 한글도 영어도 수다쟁이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영어는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체화되어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하루 2시간 365일 동안 아이와 함께 루틴을 가지고 영어책과 한글책을 읽어주고 말하는 연습을 통해서 아이는 이중언어를 쉽게 터득하게 되었다.

자매맘, 형제맘, 다둥이맘들은 외동아이를 키우는 사람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나랑 둘은 정말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둘째는 그냥 낳으면 자란다고 해서 낳을 일이 절대로 아니다.  

보통의 가정은 첫째에게 기대를 많이 하게 되며 이것저것 첫째 위주로 다니면서 둘째는 엄마와 기다리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


나는 첫째가 다닌 피아노 학원시간을 둘째와 온전하게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도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가끔 외동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각자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주변의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다.

심지어 별나다고 하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단둘이서 한 추억들이 서로에게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가끔은 둘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스터데이를 만들어서 같이 보낸다.


첫째에게도 우리 아빠 엄마는 나를 가장 사랑해.

둘째에게도 우리 아빠 엄마는 나를 가장 사랑해.


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동생만 좋아해? 언니만 좋아해? 이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각자의 시간을 잠깐씩이라도 가지려고 한다.  자매이기전에 아이들은 각자의 존재만으로 빛이 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gongthegong/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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