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Jan 10. 2024

1평의 공간에서 본 나의 희망

20일 만에 나를 지키기 위한 글쓰기

1인용 작은 침대

작은 티비

전화기

옷장

약봉투

가방

잡동사니….


1평 반 남짓한 공간이 내가 2주간 보낸 곳이다. 고통을 참고 참으며 2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도 글로 표현하기에는 아직 나의 글이 부족하여 글을 쓰면서도 답답함이 몰려온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는 힘들었겠다는 사실적인 표현들이 지금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고 써 보기도 해야 하는구나.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

그러나 잠깐 고통이 진통제로 옅어지면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고 아이들을 걱정했다.


밤이 되면 잠도 오질 않았다.

먹고, 비우는 일상적인 일부터 힘이 들었다. 누구나 하는 행동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비참함이 몰려오고 눈물이 나왔다.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어도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까 울음을 참으며 울었다.

울음을 삼킬 때, 더 눈물이 많이 차오른다. 눈코입이 다 막힐듯한 눈물이 폭풍처럼 흐르고 난 후 나의 눈물은 멈춘다.


혼자 온갖 생각에 휩싸여 후회와 자책을 했다.

‘아프기 전에 내 몸 관리는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왜 멍청하게 내 관리를 제대로 안 해 가지고 이렇게 된 거냐고 바보같이 후회하냐고 ’

의미 없는 말을 되뇌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그러다 다행히 이 정도인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나보다 더 심한 환자들을 보면 이 정도인 것에 정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나를 다독이며 이겨내 보기도 했다.


거의 18일 만에 글을 쓴다.

나를 지키기 위한 글을 쓴다. 쓰지 않으면 지금의 이 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20일 동안 내가 겪은 많은 순간순간이 지나가 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든 순간에 나는 머릿속으로 내 감정을 글로 어떻게 표현을 할지 생각을 하며 보냈다.


링거 바늘을 꽂을 때마다 오는 통증과 고통, 주사제가 들어갈 때, 환부의 염증으로 인한 고통 결국은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지금 이 순간을 보내고 있다.


고통을 겪기 전에 두려움이 더 고통스럽다. 사람마다 고통의 역치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잘 참고, 누군가는 나처럼 못 참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후자인 겁이 좀 많은 사람이다. ㅜㅜ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고, 지금은 다시 일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회복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더 오래 동안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나를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나를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준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나에게는 새로운 날이고,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다.


오늘 입원할 때 가지고 온 책을 처음으로 봤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눈에 들어온다.


아프기 시작하고, 수술과 입원 회복 과정을 거친 후 처음으로 책의 글자가 내 눈에 들어온다. 이젠 조금씩 희망을 보인다. 예전처럼 돌아갈 날이 기다려진다.


내 글을 읽고, 대충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나를 살피라고 하고 싶다.


우리 삶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현재를 잘 살아내라고 하고 싶다.

지금 찰나의 순간을 잘 이겨내면

내일은 더 잘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제 약 먹을 시간이다.

하루 세끼. 세 번의 약 먹는 시간..

시간은 느린 듯 느끼다가도

밥시간과 약 먹는 시간은 금방 돌아오는 듯하다.

첫째의 카톡 프로필.. 감사하고 고마운 아이들

24.1.10

고통을 참는 순간의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