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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Feb 09. 2023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딸이랑 함께 울었다.

오늘 둘째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뚝뚝하고 내색은 잘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였지만 따뜻함만은 항상 내 기억 속에 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10살에 할머니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할아버지는 많이 우셨고, 함께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하셨다.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 곁을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내 방을 할아버지 방으로 옮겼다. 갑자기 혼자가 되신 할아버지가 외로우실 것 같아서

할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식사시간이면 할아버지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상을 받고서는 드시지 않으셨다.

항상 상을 할머니 사진 앞에 한참을 두고 난 후 밥과 국이 다 식은 후에 할아버지는 식사를 하셨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10년을 넘게 매 끼니때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이 정말 대단하시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도 가끔 할아버지방에서 밥을 먹을 때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할아버지의 보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온기가 가신 밥과 국을 드실 때마다 할아버지는 먼저 보낸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하시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오래도록 함께 하셨다.

나는 10살에 처음으로 죽음, 사람이 죽는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할머니가 안 계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었다.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 혹은 밤이 깜깜해지면 할머니 귀신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쓰면서 나는 점점 할머니가 안 계신 공간을 나의 자리로 채워가며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엄마와 아빠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

둘째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우는 모습에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항상 나를 챙겨주시고, 할머니를 닮아서 더욱더 나를 예뻐해 주신 할아버지 생각에 오늘은 눈이 뜨거워진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에게 이렇게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셔서 소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가 힘들 때면 가끔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신다. 그럴 때면 안 좋던 일이 해결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있었다. 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서 전달이 된 것일까?  오늘도 내 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다 자란 손녀가 증손녀 둘이랑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눈물이 난다. 코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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