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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May 22. 2023

2. 태교가 효과 있나요?
특별한 태교를 했나요?

태교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태교도 엄청 잘하셨을 것 같아요.”

“혹시 태교는 어떻게 하셨어요.”


가끔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태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나는 태교의 중요성은 지금도 강조하고 있다.

뱃속에서 아이는 모든 것을 다 듣고 느끼기 때문이다.

탯줄로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의 감정상태는 아이에게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준다.



첫째 출산 전에 한 번의 계류유산을 했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이 든다.


8주가 다 되어가는데도 입덧이 없었다. 

아이가 착해서 엄마 편하게 해 주려고 하는구나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고,  9주 때 검진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행복한 마음으로 검진을 기다렸다.

진료실에서 초음파로 확인을 하시던 의사 선생님은 얼굴이 변했고, 심장소리도 들려주시질 않았다. 


“안타깝지만 아이가 심장이 뛰지 않습니다. 

 계류유산입니다.

 지금 바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다른 병원에 가서 확인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남편은 내가 놀라서 쓰러질까 봐 꼭 안아주었고, 나는 눈물 밖에 나질 않았다. 

대기실에 수많은 임산부들이 보였다. 

나이도 많은데 계류유산이라니. 

아이가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 구석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산모수첩을 껴안고 울었고, 간호사는 나를 달랬고, 남편이 의사 선생님과 상의한 후, 나는 몇 시간 후 수술을 했다.  

수술이 끝나고도 나는 미친 여자처럼 울었다. 

아픔도 잊은 채 나의 잘못으로 아이를 떠나보내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이후 임신한 엄마들만 보면 눈물이 났다.


유산을 하고 한 달 동안 산모수첩을 보면서 밤마다 울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본 언니는 불교방송을 들어보라고 했다.

저녁 7시에 하는 정목스님 방송이었다. 

엄마는 불교신자고, 나도 가끔 절에 간 적이 있어서 불교가 낫설지는 않았다.  

정목스님 방송을 들으면서 나는 점점 치유를 해 갔다. 

힘든 사연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정목스님 방송에 나의 사연을 보냈다.  

어느 날 나의 사연을 정목스님께서 읽어주시고 계신 게 아닌가?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재방송으로 듣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정목스님은 방송에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기도법과 태교법을 가르쳐주셨다.

불경 중 금강경을 매일 읽으면 어두운 뱃속에서 밝은 빛으로 아이를 비쳐주어 밝고 총명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금강경을 검색해서 주문했다. 

다음 날 주문한 불경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끝이 없이 긴 불경이었지만 처음에는 한 시간, 한 달 두 달이 갈수록 35분 정도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소리 내어 한 시간을 읽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남편이 읽어주거나, 오디오로 듣기를 했다. 

그렇게 3개월 후에 우리 예쁜 첫째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런 힘든 과정을 겪고 찾아와 준 우리 아이가 어찌나 고마웠는지 나는 태교에만 신경을 썼다.


입덧이 시작되었다. 

입덧이 심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입덧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신호라고 하니 나의 조그만 힘듦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을 수 있었다. 

입덧이 심해 화장실 앞에 이불을 펴고 누워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금강경을 읽을 때마다 밝은 빛으로 뱃속 아이를 비춘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하루라도 빠질 수가 없었다.


우스개 소리로 남들에게 우리 두 아이는 기도로 나은 귀한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사실 매일 빠짐없이 기도를 하면서 나도 아이도 평온해지고 임신기간 동안 힘들지 않게 잘 보냈던 것 같다.

매일매일 기도하는 시간만큼은 아이에게 온전하게 모든 걸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도는 주로 자기 전에 했다. 

엄마의 기도 목소리를 들을 때면 태동이 더 느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즐겁게 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신비롭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섰을 때는 본격적인 태교를 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하던 일도 그만둔 상태라 낮에는 아이와 단 둘만 있었기 때문에 할 일이 많이 없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아이와 대화하기

동화책 읽어주기

수학문제 풀기(인도수학이 그 당시 유행했다.)

동네 공원 산책하면서 아이와 대화하기

동요책 한 권 따라 부르기 (30곡으로 되어 있는 우리말 동요로 오디오로 듣고, 따라 불렀다.)

영어동요책 한 권 따라 부르기 (30곡으로 되어 있는 영어 동요로 완전하게 외워서 따라 불렀다.)

밥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기 (다양한 영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퀼트로 옷 만들기 (그때는 엄마가 손을 많이 써야 아이 머리가 똑똑해진다고 바느질을 많이 배웠다.)

저녁에 금강경 읽으며 기도하기


이중에 중도에 포기한 것은 퀼트였다. 

사실 내 성격상 맞지 않는 것이 손으로 하는 것이었다. 

바늘에 찔리면서도 예쁜 옷과 장난감 인형을 만든 후 뿌듯하긴 했지만 몇 시간을 웅크리고 앉은 상태에서 하자니 허리와 어깨가 너무 아팠다. 

결국은 손재주가 없어서 포기했다.  

아직도 조끼와 테디베어 인형은 집에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래를 더 많이 불러주었고, 책을 더 많이 읽어주었다.




임신초기부터 출산 이후까지 몸속 태아의 뇌는 끊임없이 발달한다. 

1개월이 되면 뇌의 기본 구조가 형성되고, 3개월이 되면 서서히 기억이 생긴다. 

5개월부터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태교에 좋다는 클래식부터 아기들이 좋아하는 동요는 아이가 태어나서도 항상 듣기를 반복했다. 

아이는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자는 듯 했고, 오히려 조용하면 잠을 못 자는 것 같기도 했다.


 태교에 엄청 신경을 쓴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예비부모들을 만나면 꼭 태교에 정성을 쏟기를 권한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아이에게는 모든 것들이 기록이 되어 있다. 

태어나서도 익숙한 노랫소리에 반응을 한다.


아이들이 지금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태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내가 불러준 영어 동요 30곡은 아이가 2살이 되자마다 다 외워서 부를 정도로 반복을 했다. 

CD플레이어가 고장이 날 정도로 반복해서 어디에서든 들었다.  

그 덕분에 영어라는 언어가 아이에게는 낯설지 않았고, 모국어와 영어를 뱃속에서부터 구분을 하면서 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로 매일을 시작한다. 

예전처럼 금강경을 읽지는 않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이를 대한다면 힘든 날이 없을 것이다.

나도 가끔은 사람이라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는 실수라는 것을 한다. 

그럴 때는 나를 엄마로 선택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럼 힘든 일도 별것 아닌 것이 된다.


나이가 많아서 좋은 점은 분명하게 있다. 

욕심을 내려놓기가 싶다. 

아이의 행복이 우선이고 아이의 건강이 우선이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 것이다.

태교는 중요하다. 

아이들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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