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나는 우리 집 시공기#1 - 우리를 잘 담아낸 집
"왜 돈 들여 집을 고치냐,
문짝이 떨어진것도 아니고"
아빠의 핀잔에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왜 우리 신혼 집을 고치고 싶었는지.
가장 오래 살았던 우리 집은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93년생 나와 동갑인 함께 늙어(?)가는
아파트 전세였다.
"집은 시끄라븐건 딱 질색"이라는 아버지의 결정으로 우리 가족이 가장 오래 산 곳이다.
멸종된 줄 알았던 푸른 간판의 동네 슈퍼를 지나
우리 엄마가 내 나이 무렵 장만한 혼수 가구와 가전들로 가득한 우리 집.
새벽에 일찍 일어나시는 아빠는
아침에 영어 화상 수업을 식탁에 앉아서 하시고,
엄마는 출근 준비로 화장실 한켠에서 분주히
화장을 하고,
당뇨로 따로 준비하는 할머니의 식재료는
항상 둘 곳이 부족했다.
불편해도 적응해야만 하는,
우리는 세들어 사는 형편이었다.
분했다.
'우리 집'이 '우리 가족'을 잘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아침마다 열심인 우리 아빠가 얼마나 멋진데,
내 나이보다도 오랜 시간 일한 우리 엄마가 얼마나 멋진데.
그려러니, 적응하고 살아야지.
그래도
우리집이 우리를 잘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기분.
섭섭했다.
내 생각이 영글수 있게 얼마나 안아주셨는지.
내가 무릎을 치고 돌고래 소리를 내며 끄억끄억 웃었는지.
우리 할머니표 묵은지 들깨 돼지고기 찜을 후루룩 찹찹 먹어치웠는지.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인데도
덩그라니 공간이 우리를 도와주지는 못했다는 기분.
그래서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잘 담아내는 공간에서 살아봐야지'
우리의 집은 우리를 잘 담아내고 싶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자주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순간들을 함께하는지
그런 것들을 잘 담아낸 공간을 기획하고 싶었다.
그래서 간 크게
우리를 담은 집을 만들어보고자
'신혼집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하면,
각자 직장 동료의 이름을 다 외울정도로
서로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함께 나눈다.
이야기에 곁들일 음식을 고민하고
함께 찹찹 썰고 달달 볶아
준비하고 내놓는 것이 행복하다.
커리어적으로 도전하고,
집중해서 일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을
누구보다 기뻐한다.
실제 공사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마 "내 인생에 다시는 없다"
라고 수도 없이 되뇌이지만,
우리를 잘 담아내려고 고군분투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