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인
우리말 제목은 ‘연인’인데 원제는 ‘십면매복(十面埋伏)’이다. 영어로는 또 ‘House of Flying Dagger(飛刀門)’이다. 세 제목이 다 일리가 있다. 짠맛을 볼 것인지 간장을 볼 것인지 간장독을 볼 것인지의 차이쯤 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세 제목이 모두 다른 시각에서 비롯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십면매복이라는 말뜻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다. 십면(十面)은 모든 방위나 장소를 뜻하고 매복(埋伏)은 누군가 숨어서 노린다는 뜻이니 십면매복(十面埋伏)은 도처에 적이 있어 피할 곳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항우와 한신이 마지막 결전을 벌인 해하(垓下) 전투를 배경으로 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초한지』에서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등장하고, 원나라 시대의 『전한서평화(前漢書平話)』라는 소설에서는 십년매복이라는 말이 등장한다고 되어 있다. 이 이야기가 동명의 비파곡으로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고 영화에도 등장한다고 한다.(잘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재독(再讀)하는 텍스트라 그런지 예전에 못 본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장예모가 영화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다만, 3년 사랑이 3일 사랑에 진다는 식의 억지 삼각관계 같은 것만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 그냥 사랑하고, 그냥 운명이고, 그냥 십년매복에 걸리고, 이리저리 비도(飛刀) 날아다니는 것 좀 신나게 보여주고, 그냥 주인공들이 장렬하게죽고 했으면 좀더 시원한 맛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교로운 것들이 투박한 것을 못 당한다는 옛 말씀이 자꾸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