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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가루 Sep 10. 2024

두 번째 회사를 떠나며

총 경력 3년 고비에 맞이한 쌩퇴사


콘텐츠 마케터 4년차, 총 경력 3년 5개월. 정규직 두 번째 회사를 졸업했다.


첫 퇴사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쌩퇴사(이직처를 구하지 않고 회사를 나온 것)'였다는 점이다. 퇴사 후 계획되어 있는 그 어떤 일정도 없이 무작정 인사팀을 찾아가서 "이제 하산해보겠습니다"고 통보했다. 문득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영영 퇴사를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직장인이 그러하듯 퇴사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왜 퇴사했어요?"라고 물어본다면 다니던 회사의 고쳐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컸지만 당연 그것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못하겠어요!!!



3.6.9 고비에 찾아온 불안감

두 번째 회사에 들어와서 3개월, 6개월, 9개월 고비는 눈물의 골짜기를 넘듯 잘 지나갔으나, 회사경력 3년이 되는 순간, 번아웃을 가장한 현타가 조금 세게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턴가 내가 기획한 콘텐츠들이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소모되고 마는 콘텐츠라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서 고민했던 처음의 그 마음은 "이거 잘 만들어서 뭐해? 어차피 한 번 쓰이고 다 버려질텐데.."라는 생각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업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내가 택한 건 술과 요가였다.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 열심히 맛있게 술을 마시러 다니고, 주말에는 요가를 하면서 심신을 안정시켰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3개월이 지나있었고, 그 때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이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겠구나를.




재정비 할 시간이 필요해

어렸을 적부터 나는 내 일을 척척 해내는 능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나는 시키는 일만 잘 하는 기계적인 직원이 되어있었다. 상사로부터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직원 이라는 평가는 많이 받았지만, 문제는 상사들이 없어지면서 발생했다. 시키는 일만 잘 했던 나머지 새로운 걸 스스로 시도해보지 않는 바보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언제까지나 주니어의 껍데기를 쓰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간 연차를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고, 다시 주도적인 나를 찾아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직처는 정해놓고

나가야 하지 않아?

지금 이 정신머리로 이직을 하면 또 똑같이 지겹게 일할게 뻔했다. (거의 확신한다.) 전 회사에서도, 전전회사에서도 그랬듯 일이 힘들어 > 술을 마시자 > 내 인생은 왜그럴까 의 싸이클을 탈 게 분명했다. 위 내용에서의 연장선으로 일의 즐거움을 찾아오는게 먼저다.



30대가 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찾아보자

지난 3년간 일에 몰두했던 나머지, 세상에 대한 잃었던 감을 찾아야했다. 이 일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없는 이상 그동안 생각만 해놓고 피곤한 몸뚱이를 핑계로 실행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 기회에 몽땅 해보고 싶었다. 돈과 시간이 함께 있는 인생의 몇 안되는 시기를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퇴사를 하고 오랜만에 마주한 다양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강아지랑 낮에 산책도 하고, 평일 아침부터 카페에서 밀린 일을 하기도 하고, 오전시간에 요가도 마음껏 간다.


이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중한 가을방학 끝에서 진한 깨달음을 만날 수 있도록 부단히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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