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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Apr 26. 2021

퇴사 결심의 씨앗은 의외의 것으로부터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순간

 나는 회사를 꽤 즐겁게 다니던 사람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겪는 소소한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일도 재미있었고 스스로 더 열심히 하고 싶다거나 더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적당한 수준의 업무강도에 워라밸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종도,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생활을 그만 때려치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회사생활이 아닌 다른 데서 왔다. 그것은 바로 책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라는 책을 읽었다.

향후 50년 이내에 수많은 인간의 노동과 작업은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것이므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은 책이었다.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딩 하라>로 유명한 이지성 작가의 신간이었다. 잘 안 알려진 사람이 갑자기 인공지능이 어쩌구 인류는 곧 정복당하고 어쩌구 그랬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시나 보다 했을 텐데 워낙 유명한 저자가, 더군다나 꽤나 세상을 뚫어보는 통찰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이지성 작가가 갑자기 인공지능에 대해 설파하며 나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단순 노동 직종의 경우 많은 수가 '로봇에게 대체당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단순한 업무의 반복은 AI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기계 몇 대면 자동화하는데 충분했다. 마트나 식당의 캐셔 같은 서비스직도 상당수가 키오스크와 자동화 계산대에 자리를 내주었다.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닌데, 로봇이 대체하려면 몇 세대가 걸릴 거야.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건 자기 주변에서 고도화된 AI 기술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 정도로 단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명하는 꼴이다.) 이미 대학병원이나 대형 로펌에서는 AI 의사를 대체해 진단을 내리기도 하고 변호사를 대신해 판결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환자들이 인간 의사의 진단보다 로봇의사의 진단을  신뢰한다는 설문의 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의사가 되겠다고 오래도록 공부한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시간을 들여 공부와 수련을 하느라 사회생활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어쨌든 남들이 선망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친구들이었다. 이제 고생 인 줄 알았는데  있으면 로봇에게 대체된다고? 이럴 거면 굳이  개고생을 하면서  공부했지?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 고정관념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사회 질서가 어떠했든, 앞으로는 상당수가 AI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AI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에이트>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1. 디지털을 차단하라

2.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하라(몬테소리 교육 - 자유, 몰입, 성취)

3. '노잉'을 버리고 '비잉'하고 '두잉'하라

4. '디자인 씽킹'하라

5. 철학하라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대충 봐도 단순히 주어진 것을 해내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해내는 삶을 살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내 회사생활은 어떠했는가.

 해의 경영목표지수가 나오면 그에 맞춰 수주계획을 세우고 수주전략을 짜고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중점 프로젝트, 검토 프로젝트  비중을 나눠 공략하고 수주에 성공하면 짜여진 스케줄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블라블라....



그리고 이렇게 빡빡하게 근무시간을 보내고 나면 퇴근길에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유튜브 영상, 또는 누군가의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보면서 머릿속에  생각을 키워낼 시간을 지키지 못하며 살아왔다. 회사를 다니면서 돈은 벌고 있었지만 세상에  무엇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없었고 항상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소비하며 살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산자적 삶을 살아야겠다.

아직 뭘 어떻게 생산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생산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렇게 나의 직장생활의 때려치우겠다는 다짐은 의외의 것, '인공지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래 글을 보시면 <에이트>를 읽고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저의 그 시절 감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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