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에 월세였다.

87년생 밀레니얼세대인 내가 부동산에 빠진 이유 1편

by 경작인

저는 87년생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 키즈 입니다.



초등 6년, 중고등 6년, 대학 4년, 1년의 휴학기를 거쳐, 25살이던 2011년에 대기업에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남들보다 조금 이른 27살에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29살이 되던 2015년 생애 첫 집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부동산에 눈을 뜬 29살은 그로부터 1년간 3개의 주택을 더 매입하여 다주택자가 되었고 34살이 된 현재까지 몇개는 팔고 또 몇개를 더 사면서 약 30억대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내 집을 가져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26살, 결혼준비를 하면서부터 였어요. 2012년 당시 서울은 전세가 폭등이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때였습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서울수도권은 2006~2008년 쏟아진 분양물량이 입주물량으로 현실화되면서 공급까지 증가해 집값이 하향세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명박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보금자리주택 분양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기에 무주택을 유지하면서 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집사면 바보가 되는 때였습니다. 지하철에 붙어있던 sh공사의 광고,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라는 말을 누구나가 다 공감하던 시절이었죠. 그런 시절에 신혼집을 구하기 시작했으니, 더군다나 사회생활 2년만에 결혼을 하던터라 모아둔 돈이 있을 턱도 없었고, 주말부부였던 사정상 대중교통여건을 고려해서 (집값 비싼) 서초구에 집을 얻는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당연히 전세를 구하려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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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집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본금이 적어서 주로 빌라 또는 오피스텔을 보러 다녔었는데 빌라는 관리가 엉망인 집이 많았고 오피스텔은 너무 좁았습니다.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영 만족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빨리 돈 모아서 내 집을 사서 정성들여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1층엔 필로티주차장이 있고 탑층에 주인세대가 거주해서 관리가 그나마 잘 되고 있던 20평 빌라에 반전세(=월세)로 계약을 하게 됩니다. 예상에 없던 월세까지 내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너무 배가 아픈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대출이자율과 전월세전환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열심히 공부하고 딴데 눈 안팔고 졸업 후 바로 대기업 취직해서 명품가방 한번 안사고 나름 아껴가면서 돈을 모았는데 평생 아파트 살았던 내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2층에 월세를 내고 산다고?

저는 그래도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즐겁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친구들 중에는 이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아니 니가 왜?



우리 부모님의 첫 출발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신혼이던 1980년대 초 허허벌판이던 강동구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당시 강동구는 진짜진짜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요. 참고로 강동구와 송파구를 이어주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가 준공된게 80년대 후반이니 그 당시엔 일대가 다 산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먼저 개발된 영등포, 강남에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다보면 산을 지나서 갑자기 택지지구가 짠? 하고 나타났던 그런 상황이었던듯 해요.



그당시 우리 부모님 부부와 할머니, 고모까지 총 4명이 13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13평짜리 주공아파트가 어떤지 (저도 안가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대략 설명으로 듣기론 현관문을 들어가면 통로겸 부엌이 있고 양옆으로 방이 있었대요.(부모님의 40년전 어렴풋한 기억이라 디테일은 좀 떨어질 수 있음주의) 그 집에서 오빠를 낳고 5명이서 복작거리면서 살다가 결국 25평짜리 거실겸 부엌이 있고 방 2개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저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자가였다는 사실이지요. 저는 좋은동네(서초구)의 20평의 방3개짜리 깨끗한 빌라를 월세로 선택했고 저의 부모님은 허허벌판(강동구)의 13평짜리 거실 없는 집을 자가로 선택했던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그뒤로 저를 낳자마자 한번 더 이사를 해서 30평 방3개 아파트(역시 자가)로 이사를 하셨고 그 집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습니다. 결혼하고 약 7년만에 2번의 이사를 거쳐 평생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지요. 그땐 집값이 싸서 가능했던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80년대는 국민소득도 낮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때라 집 사기가 더 엄두가 안났을 분위기였을 것이라 봅니다. 소득대비 집값을 나타내는 pir 지표를 보면 80년대가 더 집사기 어려웠다는 걸 알 수가 있죠.


pir 그래프 2개.png 출처 한겨레-우리금융경영연구소(좌) 조선비즈-넘베오(우)



부모님은 자산 버블 격동기(?)에 삶의 질을 줄여가면서라도 자가를 고집했는데 저와 저의 남편은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살아온 배경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평생을 30평 아파트에서 살았거든요. 어른이 되기까지 재벌처럼 펑펑 쓰고 살진 않았지만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가계소득은 항상 높아졌고 자산가격도 급격한 속도로 올라갔지요. 심지어 저희집은 부모님이 직업이 안정적인 편이었어서 다른 친구들 가정이 초등학교~중학교 사이때 겪었던 imf사태도 별 탈없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고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사회가 어느정도 안정되었으니 딱히 시대정신을 발휘할 일도 없었고 imf를 겪고 난 뒤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똑똑한 친구들은 전문직을 선택하였고 안타깝게도 전 그 똑똑한 친구들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른들 말 잘듣고 열심히 산 덕택에 대기업 문이라도 두드릴 수가 있었지요.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였으니 부모님이 나에게 만들어준 환경정도로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에 월세라니!



저만 그런것은 아니고 많은 밀레니얼세대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와중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가정을 꾸리는 시점에 거주여건이 갑자기 내려가는 걸 참을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 거주여건을 포기하지 못하다보니 월세를 살게되고, 또 많은 친구들이 신축아파트에 대출을 상당한 수준으로 낀 전세로 시작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결론은 요즘 것들은 배가 불러서 고생 할 줄을 몰라, 로 끝나는 것 같으신가요?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엔 저의 여정이 좀 깁니다. 다음편에는 87년생 밀레니얼세대인 제가 어떻게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는지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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