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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Oct 28. 2020

엄마 아빠가 모르는 것

자꾸만 물어보신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엄마 아빠가 나이가 들었구나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 카카오톡에 사진을 한꺼번에 보내는 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을 때. 프린터기로 핸드폰에 있는 사진은 못 뽑냐고 물을 때. 네이버 페이 결제를 어떻게 하냐고 물을 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엄마 아빠들은 적응하기 어렵나 보다. 우리 엄마, 아빠는 마냥 젊은 줄 알았는데.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시길래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어도, 세부적인 기능 같은 건 쓸 줄 모르신다. 


자주 쓰는 메신저가 업데이트되어 기능이 추가되어도, 사용할 줄도 모르고 일일이 하나씩 하시는 모습을 보인다.

'그거 그렇게 하면 불편한데.. 오래 걸릴 텐데..'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직접 알려주길 여러 번.


아, 우리 부모님도 늙어 가시는구나. 이제는 눈이 잘 안 보인다며 조그만 글씨를 읽기 위해 눈을 찌푸리고, 멀리 들어야 간신히 글씨를 읽으시는 부모님. 어느새 머리 사이사이에는 새하얀 머리칼들이 자리 잡는다. 


언젠가 엄마가 집에서 염색하는 모습을 봤다.  미용실 갈 시간이 없다며 새치 염색제를 사 오신 거였다.

"엄마는 나이에 비해 흰머리 없는 편이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흰머리가 제법 보인다.

염색을 꾸준히 하셨구나. 대체 언제부터였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흰머리가 많으셨지?

나를 부르며 뒷부분을 발라 달라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염색약을 바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삼 부모님의 나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절대 안 늙을 것 같던 우리 엄마 아빠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당연한 이치인 줄 알면서도, 안 그랬으면 좋겠다. 평생 이 모습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내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엄마 아빠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구나. 

날이 갈수록 더 빠르게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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