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브륄레 Oct 27. 2020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기대했던 공모전, 결과는 탈락.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기대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다.

수필 형식의 글을 1장만 제출하면 됐다. 신이 나서, 3일 밤낮을 붙잡고 있었다.

3일이지만 모든 시간이 글과 함께였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전부 고심했다.

같은 말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쓰며 자꾸 수정했다. 마음에 찰 때까지 수정하다가 마침내 완성했다.


3일 동안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글로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재밌는 일이다.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떨어졌다. 행복도 대가가 있어야 유지가 되나 보다.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솔직히 입선은 할 줄 알았다. 근데 그마저도 아니라니. 몇 달간 매일같이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아침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오늘은 결과가 나왔을까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타지 못했다니. 씁쓸했다.

경쟁률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몇 백 명이 참가했겠지 싶은 공모전이었는데, 그보다 열 배는 훨씬 넘었다.

사람이 많긴 해도.. 내 글이 눈에 띄지 못했다니. 실망이었다. 한두 명 뽑는 공모전도 아닌데...


다른 글들은 얼마나 잘 썼길래. 수상작들의 제목은 내 글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눈에 띄는 제목도 있었지만, 대개 내 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들과 내가 뭐가 다른 거지. 처음엔 씁쓸함,  그다음엔 우울감이 날 감쌌다. 그러다가 이내 초연해졌다.


'아 글 쓰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가..'

공모전 심사위원은 수려하고 화려한 글솜씨보다 투박해도 진실된 글을 원한다 했는데.. 다 거짓말이었나.

그들도 결국 화려한 글솜씨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3일이나 투자했는데, 고작 3일인가. 수상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시간을 투자했을까..?'

3일이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나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3일 동안 눈이 아플 정도로 봤는데. 잠도 줄여가면서 썼는데. 새벽에도 내 방안에선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더는 수정할 게 없어 보였는데.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인가.'


글만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 멋대로 쓰고 싶었는데, 자꾸만 욕심이 난다.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이 행복도 결국 누군가 알아주어야 유지되나 보다.

나만이 아는, 내 속에 꽁꽁 숨겨둔 글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글이 날 행복하게 만든다.

글도 배우면 늘까? 욕심이 나다가도 기계적인 글로 변질될까 봐 두려운 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동물원 따위 없어졌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