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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Oct 28. 2020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우울증을 겪고 난 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 때는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울증이었다.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다. 몇 달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우울증에 걸렸었다.

마음의 감기? 웃기지 말라고 해라. 감기라고 하기엔 너무 독하다. 마음의 코로나쯤으로 해두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린지도 모르게 점점 악화되니까.


우울증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아침에 눈 뜨는 것은 제일 괴로운 일이었다. 분명 깨어났는데도, 다시 자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현실보다 꿈이 더 재밌었다. 잠이 많아지고 꿈을 하루에도 수십 개씩 꾸었다.

 침대 밖을 나서는 것조차 힘겨웠다. 어떤 일을 해도 감흥도 재미도 없었다. 무슨 일을 해도 '이걸 해서 뭐해..'싶었다. '살아서 뭐하나'싶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왜 우는지도 모르고 그냥 눈물이 나왔다. 어느 날은 버스에 탔는데 그냥 눈물이 줄줄 흘렀다. 창 밖 풍경을 보다가 얼굴이 눈물로 범벅되도록 울었다. 버스에서 이유도 모른 채 훌쩍였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난 일상으로 복귀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웃고 활기를 찾았다.


우울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우울증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었다. 힘들겠지만 빠져나오고 싶다면 실천해야 한다. 물론 이걸 몰라서 안 하는 사람들은 없다. 우울은 우리를 더 무기력하고 더 힘들게 만든다. 집 밖을 나서기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랬다. 그래도 해보자 우리. 그만 울고 싶다면 하나씩 차근차근해보자.


1.  땀 흘려 운동해라(이왕이면 누군가와 같이)

: 가장 힘들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나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었다. 우울에 잠식되다 보면 건강도 나빠지기 일쑤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나 보다. 몸이 허약해져서 운동을 끊었었다. 운동을 등록하러 가기까지 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유도를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유도장 앞을 그냥 지나쳤다. 하루는 유도장 건물 앞까지 갔다가 두려워서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또 하루는 유도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는 성공했으나, 계단을 끝까지 오르지 못하고 다시 집에 왔다. 또 하루는,  도장 문 앞까지 와서 서성였으나 인기척이 나자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갔다. 그곳 문을 열기까지 자그마지 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힘들겠지만 시도해보자. 바로 등록하지 못해도 괜찮다.


땀 흘려 운동하다 보면, 기분이 조금은 괜찮아진다. 그리고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이왕이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불편하지만, 같이 땀 흘려 운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과 대화도 할 수 있다. 운동하고 난 후의 개운함을 느껴보자. 꾸준히 운동을 하면 어느새 같이 다니는 사람들과 장난도 치고 웃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  글로 토해내라

: 내 감정이든 일상이든 글로 토해내라. 글은 치유 효과가 있다. 그 이유는 3번에서 자세히 말하겠다.


3. 내뱉는 연습

: 우울한 사람들은 자꾸만 안으로만 돈다. 생각이든 감정이든. 우울해도 어디에 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그 모습에 또 우울해진다. 내뱉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받아들이면서 산다. 혹시 일상이 '받아들이기'로 가득 차지 않았는가? 예를 들어, 취미조차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라.

 이제는 '내뱉기'를 실천할 때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내 감정을 분출해라.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내뱉기의 수단이 운동이 될 수도, 노래 부르기가 될 수도 있고,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운동과 글쓰기를 추천하는 것이다. 또는 힘이 되는 친구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전부 내뱉어라. 친구에게는 그냥 "그랬구나"하며 반응만 해달라고 하자. 어떠한 평가도 거창한 반응도 필요 없다. 그저 내가 내뱉고 그걸 누군가가 가만히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된다. 내 안의 것들을 쏟아내고 게워냄으로써 개운해진다.


4. 제삼자가 되어 바라보기

: 우울해질 때마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보자. 제삼자가 되어 나의 감정을 바라보자. 우울에 점점 빠져들어간다 싶을 때마다 내가 하는 것이다. 더 심해지려 할 때 "나는 왜 우울하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날 본다. 그렇게 나를 '관찰'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해답이 나오거나 기분이 풀릴 때도 있다. 한 걸음 물러나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닐 때도 있어서 "뭐야, 내가 이것 때문에 우울했네?"하고 이유도 찾고 기분도 풀릴 때가 있다. 해답이 없는 문제여도, "아 나는 이런 상황에서 우울하구나"하는 깨달음을 통해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오면 좀 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우울에서 빠져나오려고 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깊은 모래 속에 빠져서, 발버둥 칠수록 더 깊게 빠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위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울증에서 빠져나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끔씩 우울에 빠지곤 한다. 저 때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불쑥 말도 없이 찾아오는 이 우울이란 녀석을 다루기란 쉽지 않다. 


우울이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찌 보면 환경 탓도 있다. 환경을 완벽히 바꿀 순 없는 노릇이기에 내가 우울에 빠지는 기로를 알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의학에서도 '주요 우울장애 삽화'를 충족할 때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참 웃긴 것이 한 번이라도 우울 삽화에 걸린 사람은 우울장애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힘 빠진 웃음이 나왔는지.

그래서 자꾸만 빠져드나 보다. 아직도 가끔씩 우울해지다가 삶이 무가치하고 무감각 해지려고 할 때가 있다. 그 기로에 서있을 때마다 거기서 더 빠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려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공원을 뛴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우울에서 나올 수 있을만한 것들을 행하려 한다.

그렇다. 나처럼 계속해서 우울의 기로에 빠지는 사람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를 내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보살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장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우울장애에 실제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가 인지행동 치료라고 한다.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지를 하는 것을 고치고, 환자가 행동을 잘하지 않으니 행동 활성화 치료를 한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지를 더 나은 방향으로 틀어야 하며, 자꾸만 움직여야만 한다.


이제 그만 침대에서 나와, 나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지 않겠는가? 우리는 우울하든 우울하지 않든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울이 당신을 집어삼킨다면, 삶까지도 집어삼켜질 수 있다. 

당신은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니까, 당신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침대에서 그만 나와서 걸어보자 우리. 이제 그만 자책하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보자 우리. 

고생했어 그동안.


-소중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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