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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Feb 02. 2021

인심은 왜 지갑에서 나오는 거죠

돈이 없을 때의 초라함

이상하다 참. 왜 인심은 지갑에서 나오는 걸까. 

지갑이 넉넉하면 왜 인심도 넉넉해지는 걸까. 생각해보면 내 여유는 지갑에서 나왔다.

통장에 잔고가 넉넉하면, 마음도 넉넉해졌다. 저축도 하고, 스스로 선물도 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런데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기어갈 때는 마음 씀씀이도 기어 들어갔다. 마음도 같이 조급해지고 가난해졌다.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건 뭘까. 그게 돈에서 나온다는 게 참 슬프다.

언제나 마음만은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 되길 원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친구의 생일인데, 돈이 없어서 조금이라도 값싼 물건을 찾는 내가 싫다.

친구가 알면 섭섭해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덜 주려고 하는 날 발견할 때마다 그런 내가 싫었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씁쓸했다. 많은 걸 주고 싶은데, 줄 수 없다는 게 슬펐다.


넉넉지 않은 지갑 사정에도 친구의 선물만은 챙겨주리라 다짐했고, 난 내가 원하는 물건도 사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하루는 밖을 나서려는데 마땅히 입을 코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갖춰 입은 적이 없긴 했지만, 암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코트를 사지 않은 건 분명했다. 그러다 마음에 쏙 드는 코트를 발견했다. 정말 사고 싶어 눈 앞에 아른거렸지만 살 수 없었다. 10만 원 상당의 코트를 지르고 나면 앞으로 이번 달은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이상하다. 분명 몇 달 전에는 풍요로웠는데. 몸도 마음도.

그게 지갑에 의해 결정된 풍요라니. 나참.


요즘에는 빨리 돈 벌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과거에는 가난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자 했는데, 점점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돈이 갖고 싶다. 적어도 본인이 원하는 걸 고민 없이 사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럽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날 밥 먹여 주진 않는다는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자고 다짐했던 일인데, 지금은 밥 먹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 스스로가 초라해 보인다. 내게 물질적 가난은 마음의 가난과도 같나 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 싶은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그렇지만 이게 나인걸. 

나는 항상 인심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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