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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Aug 06. 2021

까만 고깃덩이

잘도 붙어있는 고깃덩이를 보며

"뭐 먹을래?"

아빠가 묻는다. 밖에는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음... 글쎄요."

무언가 먹는 것조차 늘어지는 여름이다. 입맛이 없어 아침부터 청포도를 씻어 먹었다.

그걸로도 배가 안차서 토스트를 하나 해 먹었다. 

조금 출출하긴 하지만 밥맛이 없다. 여름은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거 먹을래?"

"..."

나에게 간편 조리식인 바비큐 백립을 내밀며 묻는 아빠.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또 하면 먹을 것 같아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위이이이잉- 띵!"

전자레인지에 손쉽게 돌려먹는 바비큐. 몇 분 지나니 금세 완성됐다.

아빠와 식탁에 마주 보며 앉았다.


침묵 속에서 젓가락으로 고기 살점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 녀석, 뼈에 얼마나 꼭 붙어있는지 원체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당기다 보면 떼어질 것 같아서 고기를 떼는데 집중했다. 

출처:pixabay

보다 보니 고기가 까만 것이 생긴 게 꼭 미국 영화에 나오는 초콜릿 케이크 같다. 


'얼마나 뼈랑 붙어 있고 싶으면 이리 안 떨어질까. 질기네.'


결국 가위를 가져와 살점을 전부 떼어냈다.

그래도 뼈와 한 몸인 듯 안 떨어지는 녀석들이 있었다.


질긴 녀석들을 보며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허탈했다. 공허했다.


고기도 이렇게 한 군데에 꼭 붙어 있는데.. 나는...


나도 어딘가에 꼭 붙어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나도 이렇게 질긴 놈이 되고 싶은데, 붙어 있을 데가 마땅치 않다. 


요즘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이리 내쳐지고 저리 내쳐지는 기분이다.

나도 질긴 고기가 되고 싶은데..


내가 붙어있을 곳은 어딜까. 있기는 한 걸까 모르겠다.


무기력해지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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