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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Jul 25. 2024

스타트업 신입사원의 생존기

안녕하세요 사수 없는 신입 사원입니다.

내 나이 27. 독립해야 할 나이. 

혼자서 프리랜서로 이래저래 용돈 벌이는 했지만, 부족했다.

더 벌려면 더 벌 수 있었을 거다. 외주는 계속 들어왔지만,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재능 플랫폼의 포악한 수수료, 새벽이든 주말이든 상관 않고 문의하는 고객 등등...

24시간 이내로 전달해야 하는 디자인 시안..

이 모든 건 날 긴장하게 만들었고 내 목과 어깨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남들 쉬는 명절에는 쉬지 못하고 일했고, 친구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문의 메시지가 띠링 울렸다. 처음에는 내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었는데, 이 모든 게 꿈처럼 흐릿해져만 갔다. 눈 밑은 점점 시꺼먼 다크서클이 지배했고 노트북, 마우스와 나는 한 몸처럼 살았다.


몇 달 하고 다 그만두고 싶어 off를 눌렀다.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


살 것 같았다.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휴식을 하니 

'일상이 원래 이렇게 평화로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를 걸으면 들려오는 새소리마저 낭만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쉬면서 바닥나는 통장 잔고를 보니 미칠 노릇이었다.

밤엔 잠이 안 왔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일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나는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굶어 죽겠구나. 길에 나앉겠구나.'

부모님 집에 아직 얹혀사는 신세이지만, 내 나이를 생각하면 경제적 지원을 바랄 수도 없었다.

아니, 사실 우리 부모님이라면 충분히 지원해 주시겠다만..

내가 원치 않았고 염치없어 보였다. 


당연히 독립해야 할 나이라고 생각을 했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결국 수입이 있어야 가능하구나.."

직장에 다니기로 했다. 채용 공고를 보며 지난날을 후회했다. 내가 가진 능력들은 1인 사업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기업에 지원하기는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능력을 키우기는 무리였다.

내 통장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물불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그래도 내가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몇 있어 지원했고 붙었다. 취준 기간 단 2주.

정말 빠르게 취업했다. 

아주 아주 작은 소규모 기업이었다. 말하자면 소모임 같은 회사였다.

대표님은 아직도 모르시지만, 사실 여기만 붙었다. 

편도 1시간 30분. 예전 같았으면 멀어서 지원도 안 했을 거리였지만, 나는 지금 급하다.

발등에 불이 아니고 용암이 떨어졌다. 그래서 거리 따위 가볍게 무시했고 나는 신입사원이 되었다.

혼자 일했던 프리랜서 경력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어느 면접을 가도 내 경험은 경력으로 쳐주지 않았다.


"사수가 없을텐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

.

그렇게 나는 스물일곱에 작디작은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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