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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희 Mar 26. 2017

긴 겨울을 보내는 법

드디어 겨울이 왔다.

해는 짧아지고, 비가 자주 오고, 긴 밤이 지속되는 날들.

만약 이 시기에 골웨이에 처음 도착했더라면 좌절했을 것 같은 날씨였다. 

그래도 이 긴 겨울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건,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마리는 열세 살인 딸 하나의 그림을 보여주며 그녀가 그림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하나는 무척 시크한 아이였는데, 가끔 내 드로잉북을 보거나 그림 그리는 걸 볼 때만 유독 반짝거리는 표정을 보였다. 영어 공부도 할 겸 그림을 좋아하는 하나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지 물어봤고, 그렇게  드로잉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따뜻함이 물씬 풍기는 마리네 집의 서재.


이건 인물 드로잉할 때 하나에게 그려준 그림


하나와 같이 왔던 친구 레이첼, 영화 배우 미모!

알고 보니 하나는 학교에서 미술 정규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이런 걸 그리고 싶고 이런 게 좋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 역시 더 긴장하면서 수업 준비도 하고 함께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또 저녁에는 펍에 가서 음악 들으면서 그림도 그리고,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이벤트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파티.

시기적으로 크리스마스나 새해처럼 이벤트도 많았지만, 

따뜻한 집에서 친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얘기하는 소소한 시간들이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위로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정말 여기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웃들에게 모두 카드와 선물을 나눠주는 듯.

마리와 피터가 준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한국 음식을 좋아하길래 한국 과자로 사봄), 그들이 키우는 스파키와 블랙키 모양으로 만든 카드
옆집 페일름이 가져다준 타르트. (우리는 준비 못했는데!)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의 한 겨울보다는 하나도 안 추웠지만,

여행지라고 생각한 곳에서 겨울을 보내니 밖에도 잘 못 나가는 게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가

이렇게 한 곳에 오래 있으니 다양한 날씨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위안이 되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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