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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Jul 25. 2021

달이 정말 예뻐요

달 토끼도 선명하니 꽉 차고 둥근 은쟁반이에요.

Picture by. rkarkowski / Pixabay


    높은 산마루에서 밤하늘에 걸린 은쟁반을 내려다봤다. 평소보다 더욱 커다랗고 아름다운 보름달에 마음이 설렜다. 야심한 시간에 고지대까지 지나는 행인마다 흘기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휴대폰 카메라로 수차례씩 촬영했다. 아름다운 달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에 오롯이 담겼다. 그럼에도 아쉬움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대기음의 끝에 속도 없이 들뜬 목소리로 다짜고짜 입을 열었다.


    달이 예뻐서 전화했어요. 하늘에 달 뜬 거 보이세요? 달이 정말, 정말 예뻐요. 달 토끼도 선명하니 꽉 차고 둥근 은쟁반이에요. 지금 당신도 보고 계시나요? 아, 곤란하시면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평소답지 않은 구김살 없는 말에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부러 쉴 새 없이 감탄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끝까지 대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가슴이 시렸던 까닭은 눈을 뗄 수 없는 달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들을 수 없는 목소리 탓일까.


    손수 전화 건 이는 누구였을까. 답 없이 전화만 받던 이는 나와 같이 달을 보긴 했을까. 정체 모를 의문과 서운함은 꿈과 함께 흘러가도록 내버려뒀다. 다만 어두운 하늘 복판에서 주변을 평평하게 고루 비추던 은은한 달빛만이 절절하게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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