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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Jul 29. 2021

세상에 없는 나무

세상에 없는 그곳에 선 세상에 없는 나무.

Picutre by. Nani Williams / Unsplash


    어느 해안가에서 헐벗은 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수목에 무지한 나는 이 나무가 어떤 종인지, 수령은 대략 얼마나 됐을지 가늠조차 안 됐다. 이파리 하나 없이 굵직굵직한 가지마다 굽이굽이 바닷바람을 하얗게 머금었다. 꿈에서만 어언 두 번째로 마주했다. 탁 트인 바다 저편 수평선과 갯벌을 뒷배경으 나무는 지나는 행인마다 웅장하게 불러 세웠다. 오고 가는 시선은 한동안 하얀 나무에 붙들렸지만 이내 행선지로 돌아섰다.


    나무 뒤로 보이는 작은 구멍가게 간판에서 간신히 지명을 알아냈다. 인천시 달서구 번동, 꿈스러운 지명이다(실재 달서구는 대구, 번동은 서울이니까). 그러나 꿈속에선 불가능이란 없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니 <인천 달서구 번동 나무>라는 키워드에서부터 꽤 많은 정보의 파도가 넘쳐흘렀다. 가족 나들이 명소로 유명하며 도처엔 각종 유원지나 관광거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그러니, 세상에 없는 그곳에 선 세상에 없는 나무의 곁에 머무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만이 꿈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우두커니 나무의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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