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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상

집어치우자

자존심 따위.

by 이선하

어쩌면 내가 불행한 이유는, 애초에 승자 없는 싸움에서 승자가 되길 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질 수 없음에도 갖고 싶고, 잊을 수 없음에도 잊고 싶고, 이길 수 없음에도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아닌 척 실인즉, 이룰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갈망을 욕심껏 품은 까닭이다.


그러니 효율의 극대화와 실속 있는 삶은 터무니없는 욕망에 대한 거부나 저항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순응에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그 토대는 결국 분별력이겠고.


어차피 세상사 모든 관계의 속성이 이해득실이라면 더욱더 확실하게 재고 따져야 한다. 그래야 눈 뜬 채 코 베이는 이 어리숙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테다. 실속과 우직함은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형편에 찬밥 더운밥 가릴 자존심 따위는 이제 집어치우자.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전쟁터니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것. 이는 비단 수영에만 국한되지 않는 삶 전반적으로 필요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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