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나는 장기전에 몹시 취약하다. 단기적으로 깊게 파고들었다가 재빨리 빠지는 전략이 성정에 맞다. 무언가를 오래 붙들어봐야 최대 일주일을 넘기면 흐트러진다.
작문조차 단상 위주다. 긴 호흡은 나의 주력이 아니다. 이렇듯 나는 초반의 화력으로 깊이 있게 몰입하되 오래 머물지 못하는, 전형적인 단기 전력 질주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와 지속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다만 호불호가 뚜렷하니 유달리 좋아하는 것에만 한정된다.
나를 이루는 요소는 어쩌면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들'이겠다. 그리고 이는 결국, 해봐야 알 수 있다. 내가 정말 감당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큰딸 연이 토요일에서 와서 자고 갔다. 엄마보다 남자친구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물리적으로 멀어져도 막상 함께하면 서먹함보다도 정겨움이 앞서니 혈연이란 이렇듯 질기고도 다정하다.
내 품 안에서 작고 말랑했던 첫사랑은 어느덧 내 품을 떠나서도 세상과 자연스레 교류할 만큼 푸릇하고 찬란하게 자라 있었다. 아직 품 안의 다른 아이들도 그렇고 자식을 키운다는 건, 겨워 겨워 품은 나의 분신을 기꺼이 내어보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