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나는 살아있다.
세상에 의도치 않게 내던져진 신세로 무엇 하나 내 것이 아니라니. 붙잡을 새 없이 흘러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끝이 정해진 삶의 단 한 순간, 한 조각도 내 것이 아니라니.
억울하다. 찰나라도 좋으니 나는 갖고 싶다. 원하는 대로 다 갖고 싶다. 뼛속까지 발라 씹고 뜯어서 남김없이 먹어치우고 싶다. 그렇게 온전한 내 것으로 취하고 싶다. 끝내 주어지지 않는다면 빼앗아서라도 갖고 싶다. 기어이 욕망의 화루에 던져진다면 날 태운 불길마저 모조리 삼켜버리고 싶다. 마침내 공중에 흩날리는 잿더미조차 내 것이다.
비운 만큼 채운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결국 비움은 채움의 역설이고 욕망의 초식이다. 그러니 나는 끊임없이 비운다, 나의 욕망을, 한 없이 채우기 위해.
살고 싶기에 욕망한다. 욕망은 곧 생존본능이다. 욕망하는 나는 살아있다. 내쉬고 들이켜고, 또 들이마시고 내뱉는 기나긴 숨결의 끝을 달콤하게 입맞출 무언가를, 삶과 죽음 사이 경계선에서 고함쳐 고하노라:
나는 욕망한다. 고로 나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