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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의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고난의 유럽 여행기 6편 -

by 이해의선물


"암스테르담?"

"응"

"너 암스테르담으로 가라고. 런던에서 2박만 더 해."



이 친구와 나는 2018년 1월 로마 1일 워킹투어에서 만났다. 나는 안다. 말투와 행동을 보면.

이 사람이 나와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작업에 들어갔고 나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이 감각은 예측을 빗나갈리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 과 선배들, 동기들이랑 같이 근무해서


내가 아는 사람과 그녀가 아는 사람의 접점이 있다는 것에 놀랬다.


그러나 근거리가 아니기에 더 연락을 취하고 지낼만한 교점이 없었고 일 년에 한 두번. 그러니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즌에 서로의 여행이 어떤지 물었고, 행선지를 물어봤지만 그 이후 한 번도 여행지가 겹친 적은 없었다.



2022년 6월 말.


"너 이번에 나가니?"

"응. 7월 27일. 런던. 넌?"

"7월 30일. 파리."

"나 8월 1일날 밤에 파리 도착인데."

"나는 8월 1일날 니스로 간다."

"그래. 아쉽네. 즐거운 여행 합시다"


그게 끝이었다.


그런데 동그마니 선 이 어려움 앞에서 그녀가 파리에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나는 도움이 아니라 내 사정을 호소하고 싶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그녀의 원래 일정은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이었기에 유로 스타 티켓을 구매했으나 마음이 바뀌어 일정을 변경했고 그녀가 구매 해 둔 유로스타 티켓은 소용이 없게 되었다.



유로스타 티켓은 취소 불가였고, 양도를 시도했으나 그것 역시 불발.

더욱이 그녀의 여행은 혼자였으나 동행을 구해 예매해 둔 표 두 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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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듯 했다.

그게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정말 그랬다.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런던 하늘에 빛이 그려졌다.

그 때 내 눈이 아닌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은 꼭 이러했다.


이 고마움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어. 너무 고맙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녀가 마음을 바꿔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그 표가 누군가에게 양도되었다면,

동행을 구하지 않아 표가 한 장이었다면,

티켓의 날짜가 8월 3일이 아니었다면,

그 때 서로의 여행을 알리는 짧은 연락이 없었다면,



로또 복권 1등과도 같은 이 경우의 수를 극복하고 그 표가 내게 온 것이다. 그녀가 가졌던 유로스타 티켓이 나에게 온 것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여행이 끝난 지금까지도 여러번 생각해 봤지만 나는 모르겠다.



암스테르담,

그 도시는 2016년 나의 첫 유럽 여행지였다.

첫 번째 책에서도 썼었지만 그 때 아이는 아홉살이었고

나는 암스테르담의 많은 여행지보다

놀이터에 더 오래 놀다 왔었다. 치즈 시장과 풍차,


안네의 집, 짧게 들어갔다가 나온 고흐미술관을 빼면

국립박물관도 가지 못했고, 암스테르담의 야경 한 번 보지 못하고 온 곳이었다.


혹시나 원래 예정해 두었던 여행지 파리로 갈 수 있을까 싶어 암스테르담 -파리를 검색해 봤지만 파리행 탈리스 고속열차 티켓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 가자. 그 때 충실히 다니지 못한 나의 첫 유럽이었던 암스테르담을 다시 가 보는거야. 지금은 이 섬을 탈출하는 게 먼저다.'


런던에서 5박을 머물고 브뤼헤 1박, 파리 3박 후 스위스 브베로 이동하는 일정이었기에 런던에서 추가로 2박을 더 머물러야 하고 다음 행선지가 암스테르담이라면 벨기에와 파리는 포기해야 했다.


그 때, 두 번째 행운이 찾아왔다.

평소 나의 여행 루틴과 다르게 벨기에와 파리의 숙소만 모두 취소 가능한 예약을 해 두었기에 투숙 2일전에 수수료 한 푼 없이 두 호텔을 취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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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암스테르담에 하루를 머물고 다음날

스위스 브베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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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스테르담에서 스위스에서도 가장 남쪽인 브베까지 하루에 가야한다? 이게 가능한 이동거리인가? 나의 최종 목적지는 남쪽의 남쪽인 로마다. 북쪽으로 올라가서는 더 힘들어진다.

더구나 암스테르담에 오후 4시 도착, 오전 9시 출발의 1박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여행의 시간이 아니었고,

암스테르담의 숙박비는 명성 그대로 비싸기 짝이 없었다. 지하실이라고 해도 될 만큼 허름한 변두리 방이 1박에 20만원이 넘었고, 그 흔한 암스테르담 명물인 보트하우스도 검색되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 생각과 고민으로 여행 나흘째 밤에서 이어지는 닷새 아침까지 지난 사흘밤처럼 잠들 수 없었고, 거울에 비친 나는 내 눈으로도 더 초췌해짐과 늘어난 흰머리칼을 볼 수 있었다. 밤을 새워가는 벌개진 눈으로 지도를 오래 들여다 보았다. '그래, 룩셈부르크. 여기다 룩셈부르크로 가자.


룩. 룩셈부크.'

암스테르담 행 유로스타가 벨기에에서 정차하면 거기서 내리는 것이다. 나는 암스테르담까지 갈 수 없다.

표를 구해 준 그녀에게 이런 사정을 전했다.


"미안하지만 나 암스테르담으로는 못 갈 것 같아. 중간에 내려서 룩셈부르크에서 2박 하고 스위스로 내려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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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암스테르담 기차는 벨기에에서 정차하지 않았다.


"너를 어쩌면 좋니...."



나도 이제 이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친다.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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