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어릴 적 엄마 따라 교회를 갈 때 항상 챙기고 갔던 내 토이스토리 우디 인형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람을 돕고 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 꿈꿔왔던 응급구조사
그 꿈은 내 마음 어느 곳에서 사라졌을까
나와 관계를 쌓으며 알아 갔던 많은 사람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간은 흐르는 강물이고
사람은 강물에 떠다니는 돌멩이
흐르는 강물에 깎이고 깎여 진정 내 모습을 가지게 된다
인간관계가 깎이고, 추억이 깎이며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형태를 달리하여 계속해서 나의 곁에 머무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소중하게 여겨 우디 인형을 사준 아빠의 마음
응급구조사를 꿈꾸게 된 사람에 대한 마음
나를 알아가며 나를 소중하게 여겨준 고마운 이들의 마음
형태를 달리하여 계속해서 나의 곁에 머물러 준 건 마음이구나
나의
너의
우리의 사랑이구나.
16세기에 쓰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전히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속의 사랑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오래된 러브레터나 일기장을 펼쳐 보면, 그 시절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을 쓴 사람은 늙고 변했을지라도, 글 속의 사랑은 여전히 생생하다
사랑은 기록되고 공유되면서 시간의 벽을 넘어 지속되는구나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기억 속에서 무한으로 살아가는 사랑이여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나에게 준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목소리, 웃음, 따뜻한 말 한마디가 기억 속에서 감싸 준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결국에는
우리를 영원히 존재하게 만드는 흔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