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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듬어

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by 민창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감싸 앉고 있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고 사소한 일에 쉽게 지치는 건 기분 탓이겠지. 애써 밀어내려 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바쁜 하루에 나를 내던졌다. 익숙한 일들을 반복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 깊숙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던 음악을 듣다가도 문득 멈춰 서게 되고,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걸음이 느려졌다.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이상하게 외로웠다. 공허했다. 어떤 감정을 느끼든 마지막은 항상 공허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쉬운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누웠던 어떤 하루. 춥지만 답답해서 전기장판을 끄고 다시 누웠다. 돌아가는 공기청정기 소리가 시끄러워 다시 일어나 청정기 전원을 끄고 다시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아 가사 없는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평안히 잠이 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내 안에 파도가 잔잔해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슬픔이 해변의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흠뻑 적신다. 흠뻑 젖으니 알겠다. 나는 나를 놓치고 살아가가는구나. 나를 놓치고 살아가는 하루가 많아지니 쉽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거구나. 그동안 내가 많이 애쓰고 있었구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혹은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긴장을 놓지 못한 걸까. 그렇게 애썼으니, 당연히 지쳐 쉽게 잠들지 못하지. 너무 어렵지만 하는 방법도 까먹고 언제 했는지 기억도 나지는 않지만, 잠들기 위해서라는 거짓말을 치서라도 나를 쓰다듬어줘야겠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반긴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파도에 발을 담가본다.


"괜찮아, 잘했어. 힘들 수도 있고, 네가 노력한 만큼, 잠시 쉬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운다고 너는 무너지지 않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단해. 울고 그칠 줄 아는 힘이 있어."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발자국은 다시 파도로 인해 사라진다. 발자국이 사라진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다시 발자국을 남기면 된다. 그렇게 슬픔을 흘리고 남기며 파도에 발을 담가 오늘을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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