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봄을 만나지 못한 꽃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계절은 흐르고
그 꽃은 피어날 때를 놓쳤다
봄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봄의 바람은 살랑였지만
잠깐의 이야기처럼 스쳐가고
겨울의 그림자 만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녹지 않는 불안만
서늘히 자리했다
때가 되면 피어난다고
하지만 그 ‘때’란
모두에게 같을 수 없는 것
어떤 꽃은 봄의 숨결에
어떤 꽃은 여름 햇살에
비로소 눈을 뜨니
봄을 기다리다
계절을 놓친 꽃은
더 이상
어느 계절도 믿지 못했다
여름은 너무 뜨겁고
가을은 쓸쓸하며
겨울은 차갑기만 했으니
꽃은 자신을 감추고
고개 숙인 채
시간 속에 머물렀다
다른 계절에 피어 오른다면
나를 꽃으로 바라봐 줄까
하지만 꽃은
누군가를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피는 것
어느 순간이든
고개를 들어 피어오르면
세상은 그 존재를 반길 테니
봄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그 꽃은
언젠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