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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을 살아냈다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3월 한 달을 살아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한 달을 시작하기 전, 나는 기도했다.
"포기할 거면, 일찍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무책임한 결심 같았지만, 나에게 가장 간절한 다짐이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내 앞에 주르르 늘어선 일정들을 보며, 긴장됐다.
내가 무너지면, 누구에게까지 그 파편이 튈까.
불안함은 캘린더보다 더 촘촘히 내 마음을 채웠다.


그렇게 3월이 시작되었다.
내 분주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기를.
내 어색한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로 다가가지 않기를.
그리고 정말 힘들면, 용기 있게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시간은 흐르고, 결국 그 시간이 지나갔다.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던 3월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이 어느새 지나가 있었다.
손에 들린 휴대폰 갤러리 속,
하나하나 찍힌 사진들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참 많은 사람을 만났구나.
그리고 참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구나.
그들에게 건넸던 말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되어 돌아온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건,결국 너도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3월을 살아낼 수 있었던 건,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손잡아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어 나는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고마운 이들을 사랑해야겠다.
그 마음을 표현하고, 더 자주 안부를 묻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눠야겠다.
고마운 이들을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거 보니, 어느새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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