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학교 수업이 끝나고 다음 일정 전에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겨 학교와 적당히 떨어진 카페를 갔다. 도시 속 날카롭게 생긴 건물들 사이에 있는 작고 귀여운 한옥 주택. 작은 마당 가운데에는 우람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는 나무가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에는 낭만을 선물해준다. 어떤 자리에 앉아도 창문을 통해 그 나무가 보인다. 오늘은 약간의 비가 와서 그런지 풀냄새가 카페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 카페를 참 좋아한다. 적당한 크기와 맛있는 커피. 공간의 여유가 있는 자리배정. 숨고르기도 벅찬 일상 속에 이 공간이 나에게 쉼이되어준다.
바람이 불지 않고 적당한 찬 공기가 오고가는 지금이니 나무 바로 옆에 있는 자리에 가방과 카메라를 두고 카운터로 간다. 몇개 안 남은 무화과 파운드케익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무화과는 합격 너 기다려바. 상큼함은 무화과가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해줄테니, 산미가 없는 원두를 선택해 에스프레소를 시킨다. 음료를 다 시키고 음료가 나올때까지 메뉴판을 구경한다. 여기는 커피가 맛있는데 만약 네가 같이 오면 따뜻한 꿀 허벌차를 추천해줘야겠다. 만약 이른시간에 온다면 아직은 날씨가 쌀쌀할 수도 있으니 바깥자리 보단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이 곳에는 다락방같은 자리도 있으니깐 네가 다리 쭉 뻗고 싶다고 말하면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아야겠다. 어떤 자리에 자리 잡아도 나무는 보일테니 너도 이곳을 좋아할 거 같다. 아니, 좋아했으면 좋겠다.
일상 속에, 잠깐의 쉼 속에 네가 생각나는 거 보니 벌써 너는 나에게 문득 생각나도 이상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구나. 분주한 일상에 조금이나마 쉬고 싶어 카페를 왔는데 어쩌면 너는 나에게 쉼이 되어주는 공간이 되어주고 있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지나간다. 지금쯤은 점심을 먹었을까. 지금은 많이 바쁠까. 피곤하진 않을까. 오늘 날씨가 좋은데 잘 즐기고 있을까. 쉬러왔는데, 머리는 쉬지도 않고 네 생각을 하니 이게 요즘의 내가 쉬는 방법 인가보다.
긴장감으로 나에게 찾아오지 않고, 불편함으로 찾아오지 않으며 일상 속에 그냥 문득 일상처럼 내 머릿속에 찾아와주는 네가 어찌나 고마운지. 나도 너에게 카페 마당에 있는 나무처럼 있어주고 싶다. 자연스럽게 여름에는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에는 낭만을 선물하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네 마음 마당에 자연스럽게 있어주고 싶다. 너는 이미 네 마당에 자리를 잡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