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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복쟁반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어복쟁반은 원래 이름은 우복(牛腹)이었으나, 발음의 편의상 어복쟁반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평양의 시장에서 술안주 요리로 만들어진 것이 기원이다. 평양냉면집을 가면 꼭 있는 메뉴이면서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주문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어려운 요리가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한 요리는 누군가를 대접하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어버이날에 서로 일상이 너무 바빠 같이 밥먹기 어려웠는데, 엄마아빠에게 어복쟁반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롱사태 1kg를 사서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물에 넣어 핏물을 제거한다. 1시간 정도 핏물을 차가운 물에 통마늘10개, 통후추20알, 월계수잎, 양파 1개 대파 2대를 넣고 푹 끓인다. 아롱사태는 소 다리 안쪽에 있는 부위라서 육질이 매우 단단하다. 그래서 아주 푹 끓여야 한다. 물이 끊기 시작하면 약불로 2시간 정도 끓인다. 생강 2개와 함께 넣는다. 아롱사태같이 육질이 단단한 부위는 계속 센 불로 삶으면 오히려 질겨진다. 물이 끓고 15분 정도 센 불로 삶아주고, 나머지 시간은 중불이나 중약 불로 은은하게 삶아줘야 부드럽게 삶아진다.


그렇게 2시간 삶은 후에 육수에 꺼내서 고기를 식혀준다. 뜨거운 상태에서는 얇게 썰기 어렵다. 한 김 식혀줘야 고기 안에 있는 콜라겐들이 쫀쫀해져서 얇게 썰기 수월해진다. 고기를 꺼낸 육수는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고기를 삶을 때 나온 기름을 제거한다. 기름을 제거한 후 국간장을 넣고 다시 끓인다. 그렇게 준비가 다 되면 전골에 넣을 채소를 준비한다. 채소는 개인 취향게 맞게 더욱 풍성하게 준비하면 더욱 좋다. 버섯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나는 버섯을 종류별로 준비했다. 팽이, 새송이, 느타리, 표고버섯. 그리고 씹는 맛을 위해 배추와 부추를 준비한다. 먹을 만큼 크기로 자르고 부추, 배추, 버섯 순으로 이쁘게 전골에 넣는다. 각종 채로를 넣은 뒤 썰어놓은 아롱사태를 위에 올린다.준비한 육수를 부어가면서 끓여 먹는다. 간은 꼭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하는게 좋다. 진간장이나 양조간장은 단 맛이 있기 때문에 담백한 어복쟁반과 어울리지 않는다.


요리는 정직하다.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하다. 소금을 넣으면 짜고, 설탕을 넣으면 달다. 타인을 위해 하는 요리는 마음을 쓰는 만큼 마음이 보인다. 감사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담으면 그 음식에는 분명 사랑이 버무려진다. 어복쟁반을 해주겠다고 말하니 바쁜 아빠도 해내야하는 일을 빠른시기에 해내서 집으로 온다. 엄마는 주변친구분들에게 아들이 요리를 해준다고 자랑한다. 요리는, 마음을 쓰는 건 바쁜 가족들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만든 어복쟁반을 먹으며 함께 웃으며 대화를 한다.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또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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