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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방 안에 무엇을 버려야 하나.


먼저 천장과 맞닿고 있는 책장과 책상을 버리자.

책은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두면 되니,

높은 책장을 버리고 고갤들지 않아도 천장이 보이도록 하자.


창문을 가리고 있는 행거를 버리자.

오랫동안 무거운 옷들을 책임지느라 수고가 많았던

행거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창문을 열자.


벽에 붙어있던 사진들을 정리하자.

사진에 아름다움을 살지 못하는 내가 서러움을 느낄 수도 있으니,

추억은 이쁜 앨범 하나를 사서 마음을 담아 그곳에 정리하자.


침대를 버리고 의자도 버리자.

방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당연하게 있을 법한 침대와 의자를 버려

당연하다는 벽을 허물자.


그렇게 모두 버리고 정리한 방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방 안이 허전할 수도 있으니,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을 놓아보자.

올리브 나무, 커피나무, 홍콩야자, 행운목, 무화과나무...

또 다른 생명에게 내 방을 공유해 보자.


차곡차곡 높이 쌓여있는 책들

작디작은 나무들

햇빛을 선물하는 큰 창문

나.


이 정도면 충분히 완벽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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