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낯

잔상

by 민창



모든 시작선에는

이름 모를 무게감이 있는 감정이 찾아온다.

불안, 책임, 걱정, 설렘, 기대.


여름철 잘 익은 수박과

가을철 잘 익은 감이 얼마나 달지 알기에

봄날에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의 꽃잎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에

너를 만났을 때 느끼는 이 감정에

설렘과 기대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겨울의 아침 빨개진 볼에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처럼, 서로의 존재여부만 알고 있는 우리 사이.

깊어질지도 멀어질지도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관계

아니, 관계라는 단어마저도 부담이라고 느껴지는 우리의 풋낯.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아픔을 경험했는지

주변환경을 보고 예측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풋낯.


가까워지는 계기가 찾아온다면 계절이 선물하는 달콤함을 닮아있길. 아무런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 편함을 포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설렘을 닮아있길 바라며 너와의 이 풋낯을 유지한다.




덕수궁, 5월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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