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오래된 주택
마당과 옥상이 있어 어린 꼬맹이가 꿈꾸기에 충분한 세상이었고
아이는 그 집을 좋아했다.
돈 벌러 간 아빠와 교회에 봉사하러 간 엄마 대신
학교 끝나고 집을 오는 아이에게 옆집 아주머니가 건넨 아이집 열쇠와 바나나 우유
아이에게 말동무가 되어준 레고인형
가끔씩 밖에서 들어오는 귀뚜라미와 벌레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엄마와 아빠가 교회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본인도 교회에서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많이 웃고
멋져 보여야 하고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교회가 끝나고 집에 가 오랜만에 함께 있는 아빠와 엄마가 칭찬을 해줄 테니
성적보다 금요일 자습시간을 빼고 심야 예배를 가는 걸 허락해 주셨던 선생님들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우정을 함께 해왔던 친구들
어느덧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도 밝게 웃고
힘들었던 하루를 아무도 모르게 밝음 속에 숨기는 게 익숙하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도 굳건히 본인의 자리에 서 있는 나무를 동경하게 된 아이는
수많은 슬픔 중 웃음으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