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에서

박은하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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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삶에 너무 깊이 스며 사방이 너의 흔적이다. 반지를 버리고, 가방을 버리고, 옷을 버리고, 가지 않아야 되는 식당들과 내리지 않아야 하는 역, 먹지 않아야 되는 음식들과 내 입에서 말하지 않아야 될 말 버릇들이 생겼다. 이 흔적들은 대체 얼마나 있으련가. 네가 지나간 흔적마다 나는 이별하듯 빈자리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네가 남긴 물건들을 버려도, 너한테 물든 습관을 바꿔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기억은 나를 끝끝내 괴롭게 만든다.


하늘 끝에 줄맞춰 석양을 넘던 새들에게도 나는 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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