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옥
"...본인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계시는지 한 번 자문해보겠어요? 제가 봤을 때 환자분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면서 강박관념처럼 이것저것 몰두하고 있어요. 우선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봐세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한 의사는 나에게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야 당연히... 로 시작하는 문장이 떠올랐지만 끝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이지. 미친 사람처럼 쉬지 않고 몰두하는 편이다. 일도, 취미도 무엇이든.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사는 거지? 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이지? 단순한 질문인데 답을 내리지 못하고 그 날의 상담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TV를 뒤적거렸다. 평소대로 유튜브를 켜두고 운동을 하려 했으나 의사가 하던 걸 멈추라고 했으니 운동은 포기하였다. 그저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버렸다.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TV속에 웬 높은 산이 나오고 있었다. 자막을 보니 하와아 마우이 할레아칼리 산정이란다. 높은 산이다. 3,000m 라니 정말 높다. 생각해보면 나는 높은 곳에 오르려 했다. 그러면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악물고 정말 개처럼 노력했다. 그런데 나의 노력에 내가 들어있었나. 나는 나의 삶에 헌신을 했던가.
나는 의사 앞에서처럼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마우이 할레아칼리 산정은 나무도, 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