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제
하도 세상이 뜨겁게 굴어 야윈 시인은 괜히 하늘한테 지청구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찔끔찔끔 내리는 비가 아니라 한바탕 쏟아졌으면 바랄 수 있다.
연초부터 좋은 소식도 들리지만 나쁜 소식도 들린다.
직장 새내기가 되었다는 친구도 있고
붙는 거 없이 떨어지는 일만 가득하다고
악에 가득찬 술자리도 있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떠들어도 다 자기 나름대로 사는거다.
항상 남의 삶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 더 좋아보이고
내 삶은 책임져아하는 것들만 먼저 보이니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세상은 보기 나름대로니까 힘내자고?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니야.
절대적으로 불공평한 것이 세상이야.
사슴도 제각각 뿔 크기가 다르고, 산 봉우리도 저마다 키가 다르잖아.
하지만 불평없이 다 자기 나름대로 사는거야.
내가 남이 아닌데 남을 생각해서 뭐해.
내 앞날에 아무것도 없다고 왜 불평해.
그래, 힘드니까 불평할 수 있어.
불평없이 사는 삶이 있는 것처럼 불평하면서 사는 삶도 있으니까.
다만, 불평하면 지금 네 삶에 더 좋아지는 것이 없으니까 하는 이야기야.
내가 아끼는 당신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나무 젖는 냄새를 좋아할 줄도 알고
눈이 오면 탁자 위 쌓은 눈으로 자기 이름쓰며 웃을 줄 알았으면 좋겠어.
비가 와야 좋은 사람보다, 비가 와도 좋고 오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당연히 행복할 일이 더 많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냥 웃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