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되고 달라진 시점
워낙 음악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즐겨 보는 편이다. 그중 몇 년 전에 본 영화임에도 아직까지도 노래가 맴도는 영화 중 미라클 벨리어가 있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 부모를 둔 딸이 그 부모와의 생활을 위해 바로 옆에서 보살피다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으나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두고 떠날 수 없어 고민하다가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마찰도 있었으나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딸이 파리에 있는 유명한 음악학교의 면접을 보는 장면이었다.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부르고 있으나 청각장애가 있는 그녀의 가족들은 그 노래를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딸은 중간부터 노래를 하면서 수화로 그 노래를 가족들에게 전한다. 노래의 의미가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나는 날개를 펴고 훨훨 떠난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노래로 하는 느낌이었고, 그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나는 그 주인공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때는 결혼 전이었고 당연히 엄마가 되기 훨씬 이전이었기에 부모의 마음보다는 딸의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어떤 환경 속에서도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내가 행복한 것이 오히려 가족을 위한 길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아침 일찍 딸의 맘마를 주고 갑자기 벨리에가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어 딸과 함께 그 노래를 들었다. 물론 딸은 전혀 내용을 모를 것이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아이도 언젠가 나를 떠나 본인의 날개를 펴겠구나.
슬픈 생각보다는 그 날개를 잘 펴고 날아갈 수 있도록 좋은 길잡이가 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엄마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문득 처음 봤을 때와 지금의 나의 관점이 매우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때는 딸이었고 지금은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딸임에도 난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이전과는 달리 엄마의 마음으로만 노래를 들었던 것이다.
사람이 놓인 상황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점이 달라짐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였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옳고 그름으로 양분될 수 없다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선이, 누군가에게는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많이 깨닫게 된다. 선과 악의 구분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늘 아침의 깨달음은 내가 어떤 상황에 있냐에 따라 판단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경솔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사람이 온전히 완벽할 수 없으므로 서로서로 보완해가면서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