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아이들 옆에서 잔다.

by 다정한햇살


" 여보야 얘는 진량 아이야. 왜 자꾸 프랑스 아이 책을 읽어." 첫째 신생아 시절, 잠이 부족해도 시간을 쪼개 읽었던 책이 있다. '프랑스 아이처럼' 유독 잠에 민감한 나는 잠과 관련한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남편은 옆에서 안타까워하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진량 아이처럼 키우라고.


그 시절 다른 아이와 우리 애를 얼마나 비교했는지 모른다. 다른 아이는 처음부터 잘 자던데, 얘는 왜 이리 별나지. 다른 아이는 100일의 기적이 오던데, 얘는 100일의 기절을 주는구나. 거의 1년 가까이 질투와 불평과 원망이 수시로 찾아왔다. 잠 잘 잔다는 글만 봐도 마음이 울렁거렸고, 그런 글을 본 날은 내가 정한 틀에 아이를 어떻게든 끼워 맞췄다.


불행 중 다행히(?!) 첫째 아이는 틀대로 따라오는 기질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순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갈수록 척척 해내는 아이가 고마우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둘째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첫째 때 당한 게 있어서 둘째는 처음부터 더 프랑스 아이처럼 키웠다. 인큐베이터에 나온 날부터 잠자리를 철저히 분리했다. 인큐베이터에서 분리된 좋은 습관이 있으니, 이대로 유지하리라. 둘째는 그 당시 정말 순했다. 3시간 간격으로 분유만 주면 먹고, 자고, 놀고를 반복하는 아이였다. 심지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울지 않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확실하다. 둘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순하디순한 우리 아이가 사라지고, 뭐 이런 아이가 다 있지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거의 매일 동네 엄마들을 붙들고 둘째를 욕한다. 둘째의 고집은 첫째와는 비교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 들어있다. 친정엄마에게 하소연하니, 할머니는 확실히 손녀 편이다. 더불어 뼈 때리는 한 마디도 잊지 않으신다. " 니가 틀이 너무 강해서 보내주신 아이야. 복덩이네."


최근 아이는 새벽마다 깨서 울고 소리 질렀다. 나비와 그림자가 무섭다고. 하마가 옆구리를 물었다고. 달래도 잘 진정되지 않는다. 다시 신생아 시절로 돌아간 거 같다. 여러 방법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뭐든 통하지 않는다. 그제야 받아들였다. 아. 이런 아이도 있구나. 이제 그냥 옆에서 자자.


얼마 전 처음 아이의 옆에 누워서 손을 잡고 등을 토닥여줬다. 둘째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은 그 표정. 손도 그냥 잡는 게 아니라 깍지를 껴서 잡는 아이.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크면 엄마랑 같이 안 잘 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모질게 아이를 재웠을까.


부드러워진 엄마를 느꼈는지, 첫째 아이도 굳이 내 옆에 눕는다. 2인용 좁은 바닥 매트에 셋이 옹기종기 누워서 잠을 잔 첫날, 다 같이 늦잠을 잤다. 문득 따뜻한 방 안에서 사랑하는 아이들 사이에 잠을 자는데 행복했다. ( 남편.. 미안..... ㅋ)


박정은 수녀님의 생의 기쁨 책에 이런 글이 있다. " 너무나 평범한 매일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이어서,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찾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작은 기쁨들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것, 혹은 진리를 가리키고 있기에 거룩함을 찾는 영적인 태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너무나 평범한 매일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이라니. 작은 것의 아름다움, 그 반짝임을 찾는 여정이 의미 있음을 아는 것이 일상을 기쁘게 사는 힘이다. 나의 틀에 아이들을 맞추기보다, 아이들의 필요에 나를 내어주려 힘쓰다 보면 우리의 관계가 더 단단하고 풍성하지 않을까.


저녁 9시면 무조건 잠자리를 지켰던 우리 집 풍경이 바뀌었다. 무조건이란 전제부터 무너뜨렸다. 이제 자연스럽게 아이들 사이에 눕는다. 당분간 이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 하루가 50일 인큐베이터에 있었으니 100일 정도 옆에서 자려고." 다시 틀을 정하는 나를 보며, 아직 멀었다는 표정으로 남편이 나를 본다. 그러게. 사람 참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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