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장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들은 놔두고, 두어 번 정도 읽고 서평까지 쓴 책은 굿윌이라는 곳으로 기부를 한다. 책에 필기를 많이 하며 보는 편이라 중고로 팔기도 어렵다. 그렇게 남겨진 책 중, 이 전자책을 통해 소개할 ‘열 권의 책’은 언제 읽어도 매 순간 나에게 지혜와 위안을 주는 책들이기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힘이 될 거라 확신했다.
뼈아픈 고민은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사람들에게는 꺼내도 괜찮은 약점만 드러냈고, 진짜 약점을 드러내는 것에는 굉장히 서툴렀다. 꼬여버린 머릿속 실타래를 풀어줄 지혜는 필요한데 털어놓을 곳은 마땅치 않았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싶어 조언이 절실할 때마다 살아가기 위해 그렇게 책과 멘토들을 찾아 나섰다.
힘이 됐던 강연이나 책의 구절들은 따로 적어두었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며, 변수가 많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름의 비법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고민에 해답을 제시해주는 책을 만날 때면 속에 있던 응어리들이 풀려 흘러가는 기분을 느꼈고,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막혔던 생각이 흐른다는 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에너지의 위대함을 알기에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나와 같은 성격을 지닌, 그리고 지금 이 시기에 비행하며 또는 휴직 기간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을 동지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
삶은 언제 어떻게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새로운 길로 나를 인도해 줄지 모르는 수많은 기회와 변수가 존재하는 통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내온 경험 중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얘기이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고…. 나에게 꿈이란 건 무엇일지, 지금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건지 내 꿈을 따라가야 하는 건지, 내가 꾸는 꿈이 진짜 내가 바라는 게 맞긴 한 건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다 불투명하고 희미하다 느껴진다면 이 글이 도움될 것이다.
나는 매일 실패와 도전의 갈림길에서 저울질하며 사는 30대 여성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음악대학을 졸업하게 된 나는 대학 동기들이 하나둘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할 때 남몰래 승무원이라는 꿈을 키워가며 20대를 보내게 되었다. 잘하는 것만 해왔고 늘 내가 할 수 있는 안전지대 마지노선의 도전을 해왔기에 딱히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나는 어쩌면 ‘도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한계를 깨는 도전 없이 2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름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는 아니, 계속해서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던 것은 바로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반대하던 승무원이었다.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다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보지만 도무지 먹히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오랜 시간이 흘러 나의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해볼걸” 하는 후회보다 “열심히 했는데 안 되더라” 가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이루지 못한’ 결과는 똑같더라도 도전을 해본 실패가 훨씬 의미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내가 해보고 싶은’ 승무원이 되기 위한 걸음을 한 걸음씩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