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할 때에도,
가장 불행한 상황을 상상해보곤 한다.
지금도 나만 보면 좋아죽는 고양이가 어느 날 떠나는 상상,
반찬이 맛이 없다고 잔뜩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엄마가 없다는 상상,
말도 없이 버스정류장에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는 아버지를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상상,
이렇게나 보고싶고 사랑하는 너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버리는 상상.
상상만으로도 하나하나 견딜 수 없는데,
정말 슬픈 것은,
나는, 이렇게나마 아픔을 미리 연습해놔야,
내게 예고되지 않은 슬픔이 찾아왔을 때에 덤덤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마음을 접을 준비.
언제든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
그래야 내가 덜 아프니까.
그나마, 직접 마주했을 때,
겨우 살만하니까.
오늘도 불행을 한켠에 몰아놓고,
차마 버리지 못하는 내 맘을,
너는, 알까.
행복이 소원이 아니라,
많이 아프지 않는 것이 나의 소원이라는 것을,
너는, 알까.
늘 웃는 얼굴뒤에 애써 숨겨진 상한 마음을,
당신은, 사람들은,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