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기록

by 언어미식가

계절을 함께 건넜습니다.


봄처럼 낯설지만 설렜고,

여름처럼 뜨거웠으며,

가을처럼 정리되었고,

겨울처럼 조용해졌습니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 잎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듯,


가지에서 내려온 잎이

나무로부터 영양을 받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는 분명 보았습니다.

새순이 나무의 힘을 받아 자라나는 모습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무의 시간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애썼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남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그 시간을 스스로 부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저,

이 나무 아래에서 잠시 그늘을 누렸던

한 사람으로서


이 나무의 시간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남깁니다.


작가의 이전글보자기와 가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