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는 기술
나는 관계를 밥상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각자 음식을 가져오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같은 밥상.
누군가는 정성을 담아 오고
누군가는 가볍게 꺼내놓는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한 상이 차려진다.
어떤 사람은 항상 풍성하게 차려온다.
어떤 사람은 늘 수저만 챙겨 온다.
어떤 사람은 한 번도 상을 차려본 적이 없다.
어떤 밥상은 유난히 편하고,
어떤 밥상은 앉아있기 불편하다.
누군가는 늘
낯선 음식을 가져온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는 쉽게 그 음식을 집지 못했지만,
지금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음식을 가져오는 사람일까?
나는 관계에서
새롭고 강렬한 것을 가져오기보다는
익숙하고 실패하지 않는 것을 꺼내는 사람이다.
강렬하게 기억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무난하고 편안한.
예전에는 좀 더 강렬하고 화려하게 기억되고 싶어서
조미료를 팍팍 뿌려대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돌고 돌아
왜 다시
실패하지 않는 것을 가져오는 걸까?
교회에서 반찬 섬김을 할 때,
나는 늘
소세지 볶음을 가져오는 사람이었다.
실패하지 않고,
누구나 먹을 수 있고,
남기지 않을 음식.
그게 내가 관계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한 번은 유니짜장을 만들어 간 적이 있다.
춘장을 볶다가 손을 데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렇게 애써 만든 음식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지켜봤다.
누군가는 맛있다며 싸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덜 먹었다.
그날 나는
안도와 염려를 동시에 배웠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다시 소세지 볶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나는 왜
다시 실패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을까?
그건 아직 답을 찾지 못하였다.
다만,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은 요리를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만을 열어두었다.
어쩌면 나는
관계에서도
소세지 볶음을 꺼내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