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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Aug 18. 2018

매너리즘/마니에리스모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매너리즘

매너리즘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단어입니다. 흔히 관성에 빠진, 창의성이 결여된, 과거를 답습하는 안이한 자세를 우리는 그렇게 부릅니다. 르네상스 후기를 미술사에서는 매너리즘(마니에리스모/Manierismo) 시대라 부르는데, 이는 르네상스 전성기의 천재들의 활약에 비해 다소 기교에 치중한 후기 화풍에 기인합니다. 1519년 다 빈치가 사망하고, 1520년 라파엘로가 사망하면서 르네상스 천재들의 시대가 저물어갑니다. 직전인 1517년엔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1527년에 카를 5세의 스페인 군대에 의한 로마의 대약탈 등 르네상스가 추구하던 안정과 질서, 조화와 균형은 무너지고,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처럼 비례와 대칭을 무너뜨리고 안정된 색채를 거부하는 왜곡되고 다소 기괴한 화풍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선배 천재들의 업적이 너무나 대단하여 후배들이 더 이상 할 것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자세히 보면 신체의 비례들이 불편합니다. 허리가 과도하게 길게 그려져 있고, 자세도 불안정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비너스와 큐피드는 모녀 관계입니다. 그러나 그림은 모녀 관계의 자세로 생각하기에 너무 나갔습니다. 누가 봐도 매우 패륜적인 상상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림입니다.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 / 아뇰로 브론치노, 내셔널 갤러리)


또 한 명의 매너리즘 대표 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또한 인체의 비례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그리스 출신임에도 그리스 조각의 정통 비례와 아무 상관없는 비율입니다. 언뜻 눈 대중으로 보아도 8등신이 아니라, 최소 10등신 이상으로 보입니다. 또한 불길하고 기묘한, 사실과 동떨어진 색채 그리고 원근감을 상실한 모호한 공간처리로 SF영화같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십자가 처형 / 엘 그레코, 프라도)


아래 그림은 아예 제목부터 목이 긴 성모입니다. 그러나 성모만이 아닌 성모에게 안겨 있는 아기 예수의 몸도 기괴할 만큼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목이 긴 성모 / 파르미지노니, 우피치)


당시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러한 비례와 조화를 과감히 깨는 매너리즘 화가들의 시도가 후대에 추상화로 발전해 나갈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미술을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거를 답습하는 기교뿐인 매너리즘이란 평가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구태의연이란 의미로 쓰이는 “매너리즘”의 정의도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매너리즘 #마니에리스모 #엘 그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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