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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Dec 15. 2022

100일 글쓰기 후 일상

100일 글쓰기를 하는 동안 전혀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평일에 하루 글쓰기를 하지 못할 경우, 토요일도 미루고 결국 일요일에 3일 치 글을 몰아치듯 썼다. 평일 퇴근 후 피곤함에 찌들어 하루를 미루고 싶다는 욕망이 글을 쓰는 욕망과 싸워 결국 미루는 싶다는 욕망이 이겼고, 나는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뭉그적뭉그적거렸다.      


매일매일 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100일 글쓰기를 완주하였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반복적으로 글 쓰는 행위가 글을 쓰는데 주요한 자세와 태도라고 생각한다.     


100일 동안 글 쓰면서 자신만의 주제와 이야기로 글 쓰는 사람이 마냥 부러웠다. “그 사람들의 재능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라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섞여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다양한 감정들이 글 쓰면서 분출되었다.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글에 호응을 표현해준 분들의 글을 지하철로 이동하는 틈틈이 읽었다. 글을 재밌고, 유쾌하게 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런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글이 한없이 보잘것이고, 어딘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듯한 느낌에 혼자 얼굴을 붉히는 날도 많았다.  

   

브런치에 띄엄띄엄 몇 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나의 글은 크게 환영받거나 호응받아 본 적이 없다. 브런치 초기 쓴 글의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갔던 적이 있지만, 그것은 브런치 가입 후 초기에 쓴 한두 개다. 아마도 브런치에서 글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글이 잘 노출되도록 혜택을 주는 듯하다. 그 혜택을 잘 등에 업고 가면 좋으련만 그러하지 못했다. 나의 글은 감동을 주거나, 재밌게 읽히는 글로부터는 여전히 멀었다. 그리고 무뚝뚝한 글이다. 지금도 여전히 글이 딱딱하다.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글에서도 표현되는 듯하다.  

   

호응을 바라고 쓰지 않았지만, 종종 호응을 많이 받은 글을 보면 나의 글은 언제쯤 호응을 받아볼 수 있겠냐는 생각에 살짝 우울해진 적도 있다. 공감 가는 글, 같은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의 분위기와 문장, 단어가 늘 비슷한 구조로 배치되고 나열된다. 획기적인 변신을 꾀하고 싶지만 아직은 어떻게 해야 글 쓰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지 찾지 못했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결국 찾을 수도.     

 

마흔이 넘으면서 체중이 부쩍 늘어났다. 9kg까지 늘어났다가 석 달 이상의 꾸준한 운동으로 정말 간신히 3~4kg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마흔 정도까지 깡마른 체형이었다. 내가 봐도 말랐고, 타인이 봐도 말랐다. 말랐어도 사실 엉덩이와 어깨의 골격이 커서 우리나라 체형의 의류가 잘 맞지 않아 곤욕을 치른 적이 여러 번이다. 지금 나의 체형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딱 좋은 체격이지만 내가 느끼는 몸은 무겁다. 그런데 100일 글쓰기를 핑계로 운동하지 못했다. 그러니 더 이상 살은 빠지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운동해야지 결심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모처럼 운동했다. 적절하게 땀을 흘리니 기분이 상쾌하다. 뱃살도 빼고, 건강한 삶도 누리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하루에 삼십 분 정도라도 운동해야겠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헬스장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요가도 한 달 정도 다니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이 어색해 그만두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몰리는 생활체육은 몇 번 같이 줄 서서 했다. 비록 열 손가락 안에 들지만 크게 남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연과 함께 한 덕분일까. 앞뒤가 안 맞는 모순투성이다. 어쨌거나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매일 운동해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해야겠다.   

   

내가 스포츠 관람하고 운동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거나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무척 활동적이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좋아하는 줄 안다. 그러나 나는 사람 많은 곳을 금방 피곤해하며 지쳐서 집으로 금방 돌아온다. 그러니 석 달 이상 살을 빼기 위한 운동도 유튜브 영상으로 집에서 했다. 이와 더불어 집 주변의 공원과 산을 걸었다. 어릴 적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말도 없었다. 그러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그때부터 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 적응하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외향성을 띤 사람으로 말이다.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나를 다르게 본다.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이따금 외롭기는 해도 그것이 편하다. 운동도 당분간 홈트로 할 것 같다. 어쨌거나 모처럼 운동하니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어 우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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