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생활, 무료함을 달래준 화투

by 달빛항아리

2020년 우리의 일상을 처참히 앗아간 코로나 19.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생활했던 일상의 소중한 날들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직장인이 아닌 삶을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살고 있다. 내가 정한 길 위에서 한 가지 일로만 생계를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전혀 본업은 밥에 풀칠도 못 할 상황이라 언제나 생계를 위한 일거리를 찾는다. 그것 역시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나이 제한에 점점 걸리는 나이인지라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마흔에 싱글. 나도 내가 이렇게 살지 몰랐다. 안정적이며,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살 줄 알았다. 인생은 늘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니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항시 안고 산다. 내가 벌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다행히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작년에 어렵게 아르바이트 구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12월 중순 계약기간 종료돼 현재는 본업만 매진 중에 있다. 여전히 부끄럽지만 나는 본업을 통해 얻는 수익은 오십만 원도 안 된다. 이런 나에게 자괴감이 들 때도 있고, 세상을 향해 분노의 감정이 들 때도 있다.



요즘 앞으로의 먹고 살 일이 걱정되었나 보다. 밤에 잠이 들면 세찬 빗소리에도, 벼락에도 꿈쩍 않고 자는 내가 선잠을 자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작년 한 해 집과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출퇴근 외에 엄마 진료를 위한 병원 방문하기, 약수 뜨러 산에 가기, 공원 산책하러 가기 등을 제외하고 최대한 집 밖 생활이나 지인 만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종료 후 집콕 생활이 더 길어지고 있다.



본업 역시 재택으로 하고 있는터라 더더욱 집 밖을 벗어나 생활할 수 없다.





가끔 못 견디게 답답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엄마 역시 작년까지 하던 일이 올해 떨어져 두 사람 모두 어쩔 수 없이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작년 9월 삼차신경통 수술로 이따금 아픔을 호소해 자주 외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추울 때 혈관이 좁아질 수 있다는 말에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그런 엄마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답답해한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답답함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화투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할머니와 치던 민화투, 명절에 사람들이 치던 고스톱을 곁눈질하면서 봤던 일이 떠오르며, 시간 보내기에는 딱 좋은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택배를 발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화투를 샀다. 반대하던 엄마는 한번 해보더니 재미를 붙였다.



답답한 집콕 생활에서 단순한 놀이로 화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무료했던 시간을 잠깐이나마 집중할 수 있었다. 잠깐 걱정의 시름을 내려놓았다. 둘 다 3~4번 정도 하고 그만하자고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놀이에 흠뻑 빠졌다.



잠깐이라도 몰입할 수 있는 집콕 생활의 놀이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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