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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5. 2021

달라진 문화, 어색하다

길을 가다가도 등산복 입은 사람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별로 어렵지 않다. 이십 년 전에도 등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를 다니더라도 딱히 등산하러 갔다 오는지, 가는지를 알 수 있는 복장을 한 사람은 그리 눈에 띄게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지금처럼 등산복, 등산배낭, 등산스틱까지 잘 챙겨 다니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안전한 등산을 위해 잘 갖춰 입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런 분위기가 어색하다. 나도 입기는 입지만, 그냥 편한 복장으로 갔던 그 시절이 더 그립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1998년부터~2010년 정도까지 바다보다 산을 많이 다녔다. 후반으로 갈수록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한라산, 지리산, 치악산, 설악산, 소백산, 월악산, 계룡산, 대둔산, 덕유산 등 이외에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산으로 향했다.   

   

청춘 시절, 산에 가면 무조건 정상을 밟기 위해 앞으로 전진, 전진만 했다. 지금에서야 왜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렸나 싶지만, 스스로 겪고 나니 보이는 부분이라 지금은 그런 부분을 스스로 깨닫고, 꼭 정상이 아니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 산을 즐기려 한다. 그것이 산이 나에게 알려준 가르침이다.     

 

청춘 시절, 산은 나에게 성취감은 물론 자신감을 주었고, 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느끼게 해 줬으며, 등산 중 낯선 사람과 인사하는 그 단순한 행위로 인해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산은 자신에게 오라며 나에게 손짓했다. 나는 그렇게 산으로 향했다.      


산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였으며, 부담이 많이 가지 않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등산화만 잘 갖추고 있더라도 언제든 산으로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는 거의 면바지와 면남방을 입고 등산했다. 거기에 산에서 먹을 볶음밥이나 김밥, 과일, 물 정도만 챙겨도 충분히 등산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부담 없이 마음 편히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산이었고, 거기에 교통비와 하산했을 때 배고픔을 달래줄 밥값 정도 수준의 돈만 더해도 충분히 하루 보낼 수 있는 곳이 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진 분위기이다. 산을 타더라도 예전과 비교해 갖출 것들이 많아졌다. 처음 산에 가고 싶어 사람에게는 혹여 부담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등산화만 잘 갖추더라도,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게 산이고, 큰돈이 들지 않아도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산인데, 어느 순간부터 화려한 등산의류가 그 자리를 자치하기 시작했고, 불륜이 일어나는 장소라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종종 거론될 때면,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안타깝고 아쉽다. 달라진 분위기가 그다지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


산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누구나 품어준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해, 안전을 위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갖춰야 산을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들이 안 했으면 한다. 산도 그것을 원할 것이다. 가볍게 낮은 산을 타보는 것도 꽤 괜찮다.


하얀 눈밭이 펼쳐졌던 겨울 소백산,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품었던 가을 내장산이 여전히 선명하게 그려진다. 다시  날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 기꺼이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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