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달려가는 미래

철없는 영이의 책 파먹기

by 철없는 영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를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서요. 이미 많이 가진 사람들의 또 하나의 부를 위해 몸 바치고 싶지 않습니다"


면접장에서 내뱉은 호기로운 미친 소리.. 결과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회사 건물을 빠져나오는 동안 그런 미친 소리를 내뱉은 스스로를 내내 쓰담 쓰담해 주고 싶었다. 어찌 된 일인지 가슴 언저리에 묵혀두었던 오래된 체증도 내려가는 시원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정말 난 그렇게 살고 싶었다. 루저가 아닌 꿈을 찾는 사람으로.. 경쟁의 빨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응원하는 따스함으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를 만난 건 벌써 몇 년 전 어느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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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사 먹으면 안 돼!


몇 년 전 여름, 서울에서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강연자를 취재한 일이 있었다. 도심에서도 무농약으로 벼와 야채들을 기르고 그런 식자재들을 이용해 마을기업들을 꾸려가는 순환과정. 그것이 도시농부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이다. 강연자는 영국 유학시절 대형마트를 나오다가 마주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짜고짜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녀에게 타국에서 조달되는 식자재들의 위해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었다는 그녀, 그는 바로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였단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전해지는 이 책은 중국, 파키스탄, 인도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작은 티베트, '라다크' 마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자급자족하며 욕심 없이 공동체 생활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어느 날 서구의 문명이 불어닥쳤다. 사람들은 농사 대신 서비스업으로 편중되었고, 행복한 공동체는 파괴되어 경쟁으로 메말라가는 개인들을 낳았다.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군가에겐 부와 편익을 가져다 주지만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고 지역공동체의 연대를 끊기도 했다. 그런 라다크를 오래도록 지켜봤던 작가는 거대한 자본주의 흐름에 휘청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 곳곳에서 그의 탄식이 느껴지곤 했다.


대체 유행은 왜 따라야 하는 건데?


올 시즌엔 무엇이 유행이고, 이 상품을 구매해야 우리는 같은 클래스라 외쳐대는 상업광고들! 유행을 좇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이 정해놓은 '일반적' 사회의 기준을 갖추지 않으면 눈빛으로 '루저'라고 낙인찍는 사람들. 대체 이 성경말씀처럼 신성시되는 거대한 흐름은 누구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자본가.. 같은 인간이지만 결코 같은 세상에 산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삶을 사는 '자본가'들에게서 출발한다. 그들을 더 살찌우는 경제시스템을 우리는 '발전'이라고 배우고 살았다. 또한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존재'가 아닌 '도구'로 기능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뭔가를 소유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증대시킨다. 그 당사자는 자신의 소유물들이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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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소비 지향주의가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공동체로부터 분리된 개인이 갖는 불안감에 대해 우려한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가족'같았던 라다크 마을도 이러한 과정으로 붕괴를 맞았기 때문이다. 과거 착취와 수탈로 선진국을 이룬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너희도 우리가 지나온 길을 똑같이 걸으면 부유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거대 자본 경제 시스템에 그들을 편입시킨다. 인류가 모두 하나의 자본 흐름에 움직이는 구조.. 과연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대로 편리한 안락함을 가져다 줄까? 건강한 진화는 생물의 다양성에서 기인한다는 다윈의 이론이 생각난다.


얼마 전, 도시를 떠나 귀농한다는 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에 바다를 지척에 둔 남쪽 지방으로 삶터를 이전하려는 나의 계획도 재가동되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 맹목적으로 남의눈을 의식하며 브랜드 밸류를 따져가며 사는가..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른다.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오래된 미래> 여행을 추천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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