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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영 Jul 03. 2018

집합으로 본 사랑에 관한 생각

도시 프롤레타리아를 거부한 철없는 영의 성장 이야기

교집합: 2개 이상의 집합에 동시에 속하는 원소 전체로 된 집합


사랑은 교집합의 영역에서 생겨나고, 그 범위가 넓을수록 행복의 크기도 더불어 커진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게도 있지만 운 좋게 상대에게도 있는 것.. 굳이 험난한 노력이란 걸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밀 수 있는 안정된 공간.. 사랑에 숱한 실패를 거듭했던 나는 그것을 사랑의 최적 조건이라 믿어왔다. 


그래서 늘 나와 최대의 교집합을 이뤄낼 상대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운명적 사랑'이라는 얼굴을 하고 격정적으로 찾아오는 교집합 사랑.. 


생각해보면 그 '운명'이란 건 두 사람의 교집합의 크기가 충격적일 만큼 큰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래도록 다른 세계에서 다른 생각으로 자란 두 사람이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면..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 기쁜 사랑의 행운을 사람들은 보통 '운명'이라고 정의 내린다.


넓은 교집합을 위한 지속적 노력들


"너를 위해서, 나의 단 하나의 사랑을 위해서.. 나를 바꿀게. 노력할게"


불안하게 좁은 교집합 안에서도 사랑은 시작된다. 그러나 당신에겐 있지만 나에게는 없어서.. 나에게는 있지만 당신에겐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들과 그로 인한 오해들.. 그래도 사랑이란 위대한 힘에 이끌려 서로의 집합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맞부딪히는 영역의 원소들이 낯선 집합의 침입으로 비명을 질러대지만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공통의 색깔이 점점 짙어지는 교집합이 형성되기도 한다. 더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집합 안에 갇히기도 한다.


마흔 즈음에.. 사랑으로 격한 아픔도 겪어본 이 나이에.. 사랑은 교집합과 논리적으로 참 닮았다는 생각을 그렇게 키워왔다.


어쩌면..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합집합: 두 집합 A와 B가 있을 때, 집합 A의 원소와 집합 B의 원소 전체로 이루어진 집합


나와 많은 부분이 공통적인 운명적 교집합 사랑이 시작되었다. 스쳐갔던 그 모든 인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공통분모가 많았던 상대.. 사랑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으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는 부푼 꿈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그러나 교집합 밖으로 뻗어있는 상대와 나 각각의 영역.. 그 영역 안에 도사리고 있는 원소들은 교집합의 달콤함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서로에게 날카로운 상처를 냈다. 생각하지 못했던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교집합이 사랑의 완성된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동안 과연 진실한 사랑을 해보긴 한 걸까?


상대와 나의 교집합 너머, 나에겐 없지만 상대에겐 있는 그 낯선 영역에서 튀어 오른 파편들에 마음을 깊숙이 다치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던 어떤 날, '사랑은 혹시 합집합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상대와 나.. 확연히 다른 색깔을 한 낯선 영역까지 그대로 인정하고 마는 것.. 사랑은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막강한 힘이었다. 


교집합의 다리를 건너 상대의 영역에 발을 딛는 일.. 용기를 내지만 늘 불안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곳이기에.. 그들을 움직인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사적 영역으로 용기 내어 들어와 준 상대를 재촉하지 않고 따뜻한 손을 내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집합의 모든 공간을 둘의 공통 색깔로 물들여 간다.


단, 사랑에 있어 교집합과 합집합은 반드시 2개의 집합으로만 구성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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