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함과 완벽함이 가지는 맹점
신중함과 완벽함이 가지는 맹점이랄까?
어떤 문장으로 처음을 시작할까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고치고 고치다 보면 그 글은 오히려 딱풀을 덕지덕지 붙인 찐득함으로 꾸민 글로 담백함이 사라진다.
그저 글이 쓰고 싶어 시작한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하고 쉽게 이루어지니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거창함에 글을 잘 쓰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인지.. 첫 문장이 쓰기가 어려워졌다. 아니 보이는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왜 글을 쓰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말로 표출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감정이나 슬픈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나에게는 글쓰기가 위로였다.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은 나에게 나의 감정을 토닥토닥하는 손길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먼발치에서 나의 감정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객관화를 할 수 있었다. 글 쓰는 것은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고,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자체가 나에게 기쁨이었는데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한동안 쓰지 못한 글대신 읽기 중독처럼 무언가를 하염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것은 성경책이기도 하였고, 독서모임의 주제와 관련된 책이기도 하고 중독성처럼 계속해서 읽기만 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나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 지고, 다시금 그 첫발을 다시금 내딛게 되었다.
잘 쓰지 않아도 되니깐, 그저 써 내려가보자는 나를 향한 악수를 하게 되었다.
첫 문장의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느낀 것을 소소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기록들이 나를 또다시 돌아보게 해 주겠지. 그 기록들이 다시금 또 다른 나를 만들어주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금 글 쓰고 싶은 마음을 다 잡아서 시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