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꽃'이라는 주제로 함께 글쓰기
나처럼 아이들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할 줄 몰랐다. 특히 쌍둥이들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요새는 추리소설에 푹 빠져서 읽는 모습을 보면 그 몰입감이 사랑스럽다. 그래서 함께 주제를 주고 글을 써보자고 했다. 각자 종이에 자기가 적고 싶은 주제를 적어서 가위바위보로 1등을 정한 다음에 그 사람이 뽑은 주제를 두고 글을 쓰기로 했다. 첫 번째 주제는 "꽃"이었다.
막상 주제를 정했지만, 나는 꽃에 관련되어서 첫 문장을 쓰기가 꽤 어려웠다. 엄마가 글을 잘 쓰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뭐든 잘하려고만 힘이 들어가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졌다.
생각보다 첫 시작을 순조롭게 하는 둥이들의 글이 궁금해졌다. 그중 오늘은 첫째의 글이 엄마인 나에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기록해두고 싶다.
[말하는 꽃]
안녕? 나는 새싹초등학교 5학년 3반 한 꽃이야. 추리소설과 판타지소설을 좋아하고 동식물도 좋아하지. 동식물은 좀 특별한 것 같아. 둘 다 멋있지.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신기한 일이지. 어느 날, 그러니깐 진짜로 갑자기 수업시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반아이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갔어. 하지만, 그날 밤 준비물을 놓고 와서 학교에 가게 되었어. 학교엔 아무도 없었지. 난 무서워 얼른 물을 줬어. 거기까진 괜찮다 싶었는데, 나 방금 꽃이랑 말했다! 꽃이 말을 했다. 나는 놀랐지만, 왠지 그 꽃이랑 말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계속 말을 걸어 무슨 말이 든 하게 했다. 그러다 꽃이 부탁했다. " 나는 원래 꽃왕국의 여왕이었어. 꽃 왕국은 우주에 있는 소행성과 함께 지구에 떨어지고 말았지. 혹시 나를 다시 꽃왕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줄래?" 나는 꽃 왕국에 가보고 싶어서 "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어떻게 도와줄지 물었다. 꽃은 같이 우주에 가자고 했어. 나는 얼른 우주선 만드는 방법을 찾았어. 그렇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주선을 만들다 보니 6학년이 되고서야 완성되었어. 나는 꽃과 함께 우주로 날아갔다. 처음 이륙은 엄청난 속도와 가파른 경사 때문에 무서웠지만 지구를 지나 우주로 들어서니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새까만 도화지에 하얀 반짝이를 뿌린 것 같았어. 나는 꽃의 지시에 따라 길을 갔어. 그리고 꽃왕국에 도착했지. 왕국에서는 날 엄청 반겨주었어. 그곳에서 있다 보니 지구가 그리워졌어. 하지만 그러면 우주선을 또 만들어야 해. 그러려면 나는 지구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이야. 나는 울고 싶어 졌어. 누군가 나를 데리러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쿵! 갑자기 내가 어딘가로 떨어졌어. 눈을 떠보니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잇었어. 지금까지 다 꿈이었던 거야. 그 뒤로 난 그대로 새싹초등학교 5학년 3반 한 꽃, 추리소설과 판타지소설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해. 물론 식물도 좋아하지만 순위가 조금 내려갔어. 난 아직도 그 꿈이 생생해.
꽃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짧게는 30분 내에 A4용지에 글을 써 내려가는 글쓰기였는데, 내가 꾸며서 낸 글보다 훨씬 참신하고 듣는 동안 재밌다고 생각했던 첫째의 짧은 이야기 [말하는 꽃]
첫째의 글쓰기를 보면서 추리소설과 판타지소설을 좋아하는 주인공을 자신으로 모티프로 하여 글을 전개하는 이 아이의 기발한 상상력과 꽃의 왕국을 만들어내고 우주로 가는 이 아이의 기발한 상상력에 웃음이 지어졌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까라고 생각했는데 쿵 떨어지면서 꿈에서 깨어나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마무리까지 기발한 이 아이의 글이 참으로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