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의 후숙을 기다리는 시간
멜론 1박스를 선물 받았다.
박스를 열어보니 멜론이 3개 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반 갈라서 맛을 보았는데, 중앙 부분만 달고 나머지는 아직 맛이 들지 않았다.
결국 아까운 멜론을 다 버리고 말았다.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를 먼저 썰었더라면 달랐을까.
놀란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후숙’**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통 1주일 정도 기다려야 제맛이 난다고.
기다리는 동안, 참외를 사 먹고, 다 먹은 뒤엔 수박을 샀다.
참외는 정말 달고 맛있었다. 그 순간엔 멜론보다 더 좋았다.
“참외가 이 정도인데, 후숙 된 멜론은 얼마나 달까?”
그런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오늘 수박을 썰어서 한입 먹었더니 기대했던 것만큼 달지 않았다.
살짝 실망감이 들었다. 문득 멜론이 걱정되었다.
“저 멜론도 기다렸는데 달지 않으면 어떡하지?”
1주일을 기다려도 여전히 맛이 없다면
그 아까운 멜론을 또 버려야 할까?
사실 나는 멜론을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맛을 잘 모르니 멜론을 봐도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장바구니에 넣어본 적도 없다.
그저 ‘썰어먹기 귀찮은 과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선물로 받으니,
다시 보게 되었다.
기다려야 비로소 맛이 드러나는 과일.
겉만 보고는 모르는 과일.
정성이 필요한 과일.
어쩌면 사람도, 관계도, 감정도
멜론과 같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그 단맛을 알아볼 수 있을 텐데.
너무 성급히 잘라내고 버리진 않았을까.